ABL생명 매각 재개 나선 다자보험그룹, ‘흑자전환’ 호재 부담 덜 수 있을까
ABL생명 매각 재추진 움직임, "수익성 개선 성공은 명백한 호재"
입맛 맞춰준 오션프론트파트너스, 올해 입찰 여부에 '관심 집중'
보험사 M&A '동결' 상태, "흑자전환 시기 매각 실패 시 부담 높을 수밖에"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매각을 위한 행보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다시 매각에 나서는 만큼 거래가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매각 과정에선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갭(기업가치 차이)이 커 거래가 불발된 바 있다.
매각 재개 노리는 ABL생명, 일괄 매각은 어려울 듯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 매각 측은 매각 재개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 대상은 ABL생명 지분 100%로, 해당 지분은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 매각은 지난해부터 타진된 바 있지만, 당시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기업가치 차이가 극명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매도자 측은 ABL생명의 기업가치를 최소 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싶어 했으나 매각 입찰에 나선 노틱인베스트먼트와 파운틴헤드PE 등 국내 사모펀드운용사(PEF)는 ABL생명 매각가로 1,5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자 측은 인수 이후 증자해야 하는 만큼 구주 인수 가격을 낮게 책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 매각을 재추진하면서 시장에선 거래 성사 여부가 이목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ABL생명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ABL생명은 지난 2022년 4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지난해 1,3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504억원에 달하던 순손실은 79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이에 일각에선 매각 성사 여부는 매도자 측의 결단에 달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도자 측이 국내 보험업계와 매수자를 이해한 상태에서 논의, 조율 등 협의를 거쳐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거래 불발에는 중국 매도차 측이 한국 보험업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한 것이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BL생명과 동양생명과의 패키지(일괄)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장에서는 다자보험그룹이 ABL생명과 함께 동양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패키지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패키지 매각은 2018년 안방보험(현 다자보험) 위탁경영을 맡은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고려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매자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다자보험그룹에서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ABL생명 매각 이후에야 동양생명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IB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매각 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동양생명은 대형 보험사 매물이라 관심을 갖는 원매자가 있지만 ABL생명의 수요는 적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적격성 심사에 가로막혔던 오션프론트, 이번엔?
다자보험그룹 측에서 긍정적인 요인은 지난해 매각 추진 당시 ABL생명에 2,500억~3,000억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한 입찰자가 있었단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ABL생명 본입찰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입찰자가 있었다. 신생 PEF 운용사인 오션프론트파트너스다. 국내 PEF 운용사들로부터 제안받은 금액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희망가에 가장 근접한 액수를 받아 든 셈이니 만큼 ABL생명 매각은 새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의 매각 과정은 BNK금융지주가 발을 빼면서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오션프론트파트너스는 당초 BNK금융지주와 컨소시엄(협의체)을 구성해 ABL생명을 인수하려 했지만, BNK 측은 중간에 인수를 포기하고 빠져나갔다.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단독 인수가 아닌 함께할 금융사를 찾은 건 금융당국의 입장 때문이다. 당국은 PEF가 단독으로 보험사를 인수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올려 재매각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부담도 문제였다. 금융사를 인수하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데, 사모펀드 운용사로선 이 과정을 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결국 ABL생명 매각의 발목을 잡았다.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적격성 심사에서 떨어지면서 매각이 무산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ABL생명 입찰에 다시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오션프론트파트너스가 절치부심해 다시 한번 참여한다면 다자보험그룹 입장에서 명백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보험업계, 매각 실패 시 부담 더 커질 듯
다만 이번 매각 과정마저 실패로 돌아간다면 다자보험그룹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내 팔리지 않는 보험사 매물이 쌓여 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잠재매물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는 BNP카디프, MG손해보험 등 중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롯데손해보험 뿐이다. 이에 대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M&A가 개점 휴업 상태”라며 “롯데손해보험 정도가 IM(투자설명서) 배부를 준비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M&A 시장이 얼어붙은 건 보험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애초 보험사 M&A에서 원매자들이 가장 꺼리는 매물 중 하나가 바로 적자 보험사다. 새로운 회계기준 하에선 미래에 들어올 이익을 가정하고 이를 분기에 반영하는 식으로 손익을 인식하는데, 적자가 난다는 건 이번 분기 영업만이 아니라 그간 팔아놓은 보험 상품에서도 적자가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원매자들이 수개월에 실사를 진행하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나지 않는 보험사는 그만큼 악성 계약이 쌓여 있다는 의미로 바뀐 회계기준 하에선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다”며 “인수 후 바로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은 원매자들 입장에선 인수를 꺼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나마 올해엔 ABL생명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선방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고도 차후까지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