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호황 끝났다” 꺾여버린 미국 GDP 성장세, 원인은 고금리 장기화?

160X600_GIAI_AIDSNote
 미국 1분기 GDP 성장률 1.6%에 그쳐, 시장 기대 하회
경기는 가라앉는데 물가는 뛴다? 미국 기준금리 향방은
한국은 수출·내수 소비 진작으로 GDP '깜짝 성장'
USA_gdp_down_20240426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6% 선에서 머물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이 내수 소비를 끌어 내린 결과다.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위기에 놓인 가운데, 한국 시장은 추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 꺾였다

25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6% 증가했다(연율).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측치(2.4%)를 크게 밑도는 수치며,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3.4%)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단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향후 공개될 잠정치와 확정치는 수정될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 속에서도 탄탄한 소비·고용 지표가 유지되는 ‘나 홀로 호황’을 누려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했다. 지난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강하다”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7%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흐름은 달랐다. Fed가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미국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2.5%에 그쳤다. 이는 작년 4분기 증가율(3.3%) 대비 0.8%포인트 감소한 수준이자, 월가 전망치(3%)를 눈에 띄게 하회하는 수치다. 통상 소비지출은 미국 GDP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스태그플레이션 속 ‘기준금리 딜레마’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경기 침체를 방어하던 주요 지표들이 줄줄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GDP 물가지수가 연율 3.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의 예측치인 3%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GDP 물가지수는 국내총생산에 포함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연율로 나타낸 지표다.

이에 Fed는 본격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지금껏 Fed는 물가 상승세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고용·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서둘러서 금리를 인하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었다. 이달 초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interest_rate_20240426

하지만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끝물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물가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경기가 가라앉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뛰어오르는 ‘사면초가’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Fed가 물가를 잡으려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둔화를 꼭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시장에서는) 고금리가 물가를 낮추지 못하고 경제 활동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내리겠지”, 한국 내수는 반짝 회복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 경제는 오히려 ‘저점’을 딛고 상승세를 탔다는 점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1.3%로 확인됐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아홉 분기 만의 최고치이자, 시장 전망치(0.5~0.6%)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 호조에 더해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한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며 “오랜만에 우리 경제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연이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 1분기에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9% 성장했다. 같은 기간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도 각각 0.8%, 2.7% 늘었다. 소비 침체로 인해 GDP 성장률이 꺾인 미국과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에 대해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내수 성장은) 올해 금리 인하 기대로 인한 소비 심리 회복, 외부 활동 증가, 신형 휴대폰 출시 효과 등이 작용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견해 차이가 각국 경제 지표의 희비를 결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Fed의 기준금리 조정이 추후 양국의 경기 회복·침체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