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에 저축은행 신용등급 빨간불, KB·대신·다올·애큐온 ‘부정적’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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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로 재무상태 악화
KB·대신 등 4곳 '안정적→부정적'
금감원, 부실채권 수시 상각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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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저축은행 4곳의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데다 실적 저하까지 겹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4곳 등급 전망 줄줄이 하락

29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KB저축은행(신용등급 A) △대신저축은행(신용등급 A-) △다올저축은행(신용등급 BBB+) △애큐온저축은행(신용등급 BBB) 등 저축은행 4곳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해당 저축은행들의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건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먼저 KB저축은행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한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 및 고금리 영향 등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지난해 9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앞서 KB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 중 적극적인 부실자산 상각을 진행했지만, 법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중심으로 고정분류자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10.1%로 2021년 말 1.6% 대비 8.5%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대신저축은행도 지난해 4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나신평은 대신저축은행에 대해 “조달비용 상승과 함께 개인신용대출 및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이 245.9%로 200%를 크게 웃돌았다.

다올저축은행은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하락과 개인신용대출 및 부동산 PF 대출 관련 대손비용 증가로 지난해 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나신평은 “고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중소기업 차주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라고 전했다.

2022년 5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6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를 냈다. 나신평은 “조달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개인사업자 및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대손비용도 증가했다”며 “향후 부정적인 대내외 환경이 지속될 경우 한계차주 관련 부담 요인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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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유상증자 및 부실채권 상각 압박

500억원대 순이익에서 1,000억원대 순손실로 적자 전환한 페퍼저축은행도 우려의 대상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연체율·NPL 등 건전성 지표도 위험한 수준까지 악화됐다. 신용등급은 ‘BBB-’로 떨어졌으며, 총자산 규모도 줄어들어 저축은행 업계 6위로 밀려났다.

지난 25일 금감원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1,072억원으로 2022년 순이익 513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1년 만에 당기순이익 1,500억원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 전체 순손실 5,559억원 중 19.3%가 페퍼저축은행의 순손실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경영공시를 통해 ‘이자비용 및 대손상각비 등 증가와 이자수익 감소’를 순손실 이유로 들었다.

대규모 순손실과 함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위험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NPL은 12.9%로 치솟았다. 2022년 4.7%에서 3배 가까이 상승한 결과로, 저축은행의 NPL 평균인 8.8%보다 4% 이상 높은 수치다. 연체율도 2022년 4.1%에서 2023년 9.39%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최근 업계에 위기감이 높은 부동산 PF 대출의 건전성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페퍼저축은행이 보유한 지난해 말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2,387억원으로 전체 대출금 3조6,009억원 중 높은 비율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13.2%, NPL은 9.0%로 높은 편이다. 정상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39.6%로 전년 68.6%에 비해 줄었다.

국내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자 금융당국은 부실 징후가 감지된 저축은행을 우선 대상으로 유상증자 등 즉각적인 자본확충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연체율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기로 했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 내달 3일까지 부실채권 수시 상각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보냈다. 신청 대상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이 확정된 여신인 추정 손실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이다. 금감원과 중앙회는 분기말·월말 건전성 분류 결과뿐 아니라 신청 기한까지 추정 손실 분류가 확실시되는 채권도 포함해 수시 상각을 실시하도록 독려했다.

부실채권 매각 소극적이었던 저축은행, 스탠스 바꾸나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부실채권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저축은행들이 스탠스를 달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간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경·공매 압박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정리를 미뤄 왔다.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부실채권을 매각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면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공매 활성화를 통해 매각하면 매물이 늘어나 가격이 낮춰질 것이 뻔한 데다 의도적인 유찰로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질 경우 손해가 막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연체율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담보가격이 오를 때까지 만기를 연장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 인하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이같은 ‘버티기’ 전략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금리인하 신중론이 퍼지자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조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권 전체에 ‘부실’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금리가 내려갈 텐데 지금 팔면 바보다’라는 생각에 다들 버티고 있던 분위기였으나, 그 사이 물가가 잡히지 않고 대외적으로는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 되다 보니 저축은행들도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기대수익 일부를 포기해야겠지만, 경·공매를 통해 사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NPL 투자사 외에도 민간금융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매각 채널을 다양화한다면 보다 빠른 재구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