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연속 미끄러진 주담대 금리, 대환대출 경쟁·코픽스 하락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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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담대 금리 3.94%, 변동형 하락세 거세
'주담대 갈아타기'가 은행권 고객 유치 경쟁 촉발
한국 경제의 1분기 '깜짝 성장', 금리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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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정부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 이후 은행권 내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주요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리가 미끄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금리 5개월 연속 하락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3.94%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상품별로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연 3.91%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변동형의 경우 0.06%p 하락한 연 3.98%를 나타냈다. 주담대 중 고정형 비중은 57.5%로 전월에 비해 8.1%p 감소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6.14%로 전월 대비 0.15%p 내렸다. 이처럼 주담대·신용대출 금리가 나란히 하락한 것은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코픽스 금리는 전월 대비 0.03%p 내린 3.59% 수준이었다. 은행채는 1년·5년물(AAA)이 각각 0.02%p, 0.07%p씩 내렸다.

다만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0.01%p 오른 4.50%로 집계됐다. 작년 12월(4.82%·0.22%p 하락)부터 지속되던 내림세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신용대출의 비중이 확대되며 가계대출 금리 전반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갈아타기’가 금리 끌어내렸다?

주담대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추후 정부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수요가 한층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1월 초부터 대출자들이 지점 방문 없이 핀테크 및 금융사 앱에서 여러 은행의 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대환할 수 있는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혜 대상은 기존 대출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난 시세 10억원 이하의 아파트 대출 이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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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소비자의 주담대 갈아타기 수요가 증가할 경우 차후 주담대 금리는 한층 더 하락할 수 있다. 금융권이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 이후 시중은행은 주담대 이용 고객 상당수를 잃은 바 있다. 압도적으로 낮은 금리와 편의성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고객의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면서다. 이에 시중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된 1월부터 주담대 금리가 미끄러지고 있다”며 “(주담대 금리가 하락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 금리가 하락했고, 대환대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 은행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객이 핀테크 플랫폼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대출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역시 은행 간 경쟁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견조한 1분기 GDP 성장세는 변수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금리 하락세가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한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컨센서스(전망치)를 훌쩍 웃돈 만큼, 금리 상황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이자, 시장 전망치(0.5~0.6%)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내수와 수출이 나란히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기대를 뛰어넘은 ‘깜짝 성장’에 정부는 본격적인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는 “1분기 실적 호조, 주요 국내외 기관의 성장 전망 상향 추세 등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 전망치는 향후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 상향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단 기준금리 조정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측은 시장 상황에 대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5일 ‘2024년 1분기 국내총생산 속보치’ 설명회에서 “기술적으로 보면 전기 대비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다음 분기는 낮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하반기 개선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성장 경로가 어떻게 수정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 해소에 대한 평가 역시 “앞으로의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는 모호한 발언으로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