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계획안 가결로 속도 붙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도장값’ 등 잡음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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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확보한 태영건설, 무상감자·출자 전환 등 단행 예정
높은 값에 팔려나가는 자산들, 에코비트도 매각전 본격화
소수 PF 사업장 내에서는 시행사와 '도장값 갈등'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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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본격적인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 작업) 실행에 착수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채권단 동의하에 기업개선계획안이 가결되면서 재무 건전성 개선의 ‘청사진’이 확보된 것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시행사들의 ‘도장값’ 요구 등 일부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재기 발판 다지는 태영건설

지난달 30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채권단의 75% 이상(오후 6시 기준)이 제3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된 기업개선계획 안건들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기업개선계획이 가결됨에 따라 태영건설과 금융채권자협의회는 기업개선계획과 부동산 PF 사업장 처리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자본 확충 방안을 신속하게 실행해 2025년 이후에는 정상적인 수주 활동이 가능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에는 대주주의 보통주 100주를 1주로, 소액주주는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 방안이 담겼다. 감자 비율을 차등화해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 책임을 묻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워크아웃 전 대여금 4,000억원을 출자 전환(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하고, 워크아웃 후 대여금 3,349억원을 100% 영구채로 전환할 예정이다.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2,395억원)를 출자 전환하며, 나머지 50%에 대해선 3년간 상환 유예 및 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한다.

사업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수 PF 사업장의 구조조정 방안도 제시됐다. 태영건설은 본PF 사업장 40곳 중 32곳, 브릿지론 사업장 20곳 중 1곳에서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외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경·공매 등을 통해 태영건설의 품을 벗어난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본격적인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착수한 만큼, 추후 잔여 사업장의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자산 매각도 ‘순항’

지난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제출한 자산 매각 계획도 점차 이행되고 있다. 태영그룹의 레저·관광 계열사 블루원이 운영하는 골프장 ‘디아너스CC(The honors CC)’가 새 주인을 찾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아너스CC는 경상북도 경주 소재 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한 27홀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그 면적만 126만5,944㎡(38만3,000평)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원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고려시멘트를 포함한 강동그룹 컨소시엄을 디아너스CC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지난달 24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디아너스CC와 리조트, 워터파크, 웨딩홀 등 부속 시설이며, 거래 가격은 약 3,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그룹은 디아너스CC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루나엑스CC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으나, 강동그룹은 루나엑스CC까지 인수하는 건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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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그룹 워크아웃의 핵심으로 꼽히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의 매각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이 ‘스테이플 파이낸싱(Staple financing, 매각 측이 잠재 인수자를 대상으로 주선하는 인수금융)’을 통해 인수자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스테이플 파이낸싱은 매각 측이 희망하는 몸값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낸다.

일부 PF 사업장에서는 잡음도

다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마냥 순항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태영건설의 일부 PF 사업장에서는 시행사들이 ‘도장값’을 요구하고 있다. 도장값은 아파트 사업 시행사가 준공에 필요한 각종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대가로 시공사에 요구하는 뒷돈을 일컫는다. 준공 승인을 무기로 내세워 시공사 측에 적자 보전, 이자 납부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례로 태영건설 PF 중 가장 규모가 큰 마곡CP4 사업장의 시행회사인 마곡CP4PFV는 준공을 위해 필요한 추가 공사비 3,7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마곡CP4PFV는 아이알디브이(이하 IRDV, 지분 45.20%), 태영건설(29.90%), 이지스자산운용(19.90%), 메리츠종합금융증권(5.0%)이 공동 출자해 만든 프로젝트금융회사(Project Financing Vehicle, PFV)다.

최근 시행사 IRDV는 PFV 주주총회에서 추가 공사비 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을 태영건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내놨다. 태영건설은 이 같은 IRDV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추가 공사비 대출 약정은 체결되지 못했다. 준공을 코앞에 두고 사업이 공전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IRDV의 압박이 마곡 사업장 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IRDV는 상봉동·개봉동·독산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등의 사업에서도 태영건설과 함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IRDV가 (청년주택 개발사업) 사업장 대주단 회의에서 (추가 운용 자금에 대해) 태영건설이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IRDV 측이) 태영건설의 책임준공 의무를 빌미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