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 어디에” 쏟아지는 이커머스·패션테크 공세,가라앉는 동대문 상권
패션업계 이끌던 동대문, 공실률 70% 육박
급성장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이제는 '이커머스 시대'
떠오르는 패션테크 스타트업들, 오프라인 상권 설 자리 잃었다
과거 ‘패션 1번지’로 불리던 동대문 인근 상권이 가라앉고 있다. 패션업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도·소매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대문 상권 전반이 몰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동대문 상권의 몰락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의 상징인 대형복합쇼핑몰이 포함된 집합상가의 1분기 공실률은 12.1%에 달했다. 이는 서울 도심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자, 인근 남대문의 집합상가 공실률(1.4%)의 8배 수준이다. 동대문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엔데믹을 선언한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 13.6%로 직전 분기 대비 1.5%p 상승했다.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7.8%에서 올해 1분기 12%로 4.2%p 뛰었다.
동대문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주역인 패션 시장을 이끌던 특수 상권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대문 도소매 패션타운은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등 패션산업 전반을 이끄는 핵심 기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패션업계는 ‘격변기’를 맞았고, 동대문 역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DDP 인근에는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34개 건물이 위치해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70% 이상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굿모닝시티 쇼핑몰’의 몰락은 이 같은 동대문 상권의 침체 기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굿모닝시티는 지하 7층부터 지상 16층에 4,500여 개의 점포를 수용하는 대형 소매 쇼핑몰이다. 하지만 현재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1층뿐이며, 전체 점포 중 90% 이상이 공실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굿모닝시티에) 옷을 사러 오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 있어도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며 “방문하는 소비자 대부분은 굿모닝시티 내에 입점한 사우나, 영화관 등을 찾는다”이라고 귀띔했다.
이커머스로 이동한 소비자 수요
업계는 동대문 상권 몰락의 원인으로 ‘이커머스의 성장’을 지목한다. 패션업계 전반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동대문을 비롯한 오프라인 상권이 줄줄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발생한 온라인 의류 관련 상품 거래액은 1조9,759억원에 달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고물가·경기침체 속에서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931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2% 급증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29CM,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스탠다드 등을 제외한 별도 매출은 8,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무신사의 뒤를 쫓고 있는 에이블리는 지난해 2,59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5%, 3년 전 대비 390% 급증한 수준이다. 2022년 744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청산하고 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카카오스타일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1,6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손실액은 2022년 518억원에서 지난해 198억원으로 320억원 급감했다. 대표 서비스인 ‘지그재그’가 비용 구조를 효율화하며 4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결과다.
패션에도 ‘첨단 기술’ 접목
패션업계는 온라인 수요 확대를 발판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트랜드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2% 성장한 49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패션 시장이 경기에 민감한 시장이 아닌 명목소득 시장인 만큼, 고금리·경기 침체 기조 속에서도 한동안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한다. 가라앉고 있는 것은 동대문 등 ‘오프라인 상권’뿐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관련 시장에서는 동대문을 비롯한 과거 오프라인 강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패션·섬유 분야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AR·VR) 등의 신기술을 융합한 ‘패션테크’ 기업들이 속속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만큼, 단순히 옷을 ‘팔기만’ 해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벤처업계에서는 패션테크 관련 스타트업들이 속속 투자를 유치하며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 ‘에프앤에스홀딩스’는 올해 초 일본의 ‘디지털 할리우드’로부터 첫 해외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2018년 설립된 에프앤에스홀딩스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피팅 서비스 AI 룩북 솔루션 등 개인의 특성과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패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AI 기반 패션 스타일링 서비스 업체인 ‘스타일봇’이 벤처캐피탈 아이디어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프리A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