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재개한 한화오션, 호주 오스탈 인수로 미국 진출·특수선 투트랙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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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탈 인수 본격 추진, 한국 '오커스' 합류 분위기로 한화오션도 봄날
글로벌 방산 시너지 확대 기대, "M&A 이루면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 가능"
변수는 호주 정부, 호위함 프로젝트 설계사 선정 전까진 승인 나기 힘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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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호주 최대 방산기업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한다. 중장기 투자 계획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설비·유지·보수(MRO) 시장에 진출할 채비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오스탈 인수가 현실화하면 한화오션의 사업 경쟁력이 단번에 급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오스탈 M&A 가시화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오스탈 측에 인수를 제안했다. 딜 규모는 9,000억원 안팎이다. 당시 한화오션 측은 올 3월께 실사를 예정했지만, 현장 실사를 하루 앞두고 오스탈 측이 실사 취소를 통보했다. 오스탈의 사업이 호주 국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이 거래를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선정됐는데, 이 때문에 오스탈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미국 국방방첩안보국(DCSA)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오스탈은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오커스 동맹국 기업에만 매각할 수 있는데, 한국이 오커스에 합류하게 되면 동맹 우방국 개념이 확대돼 인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이번 거래에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화가 오스탈의 사업과 호주 지역 사회를 지원하고 호주 및 미국 정부의 목표와 일치하는 중요한 역량과 투자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한국 장관들과의 회담에서 한화그룹의 오스탈 인수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점도 호재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말스 장관은 “궁극적으로 이것은 오스탈의 문제고 오스탈은 민간 기업”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한화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오스탈 인수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입장을 간략하게 대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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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4월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방부

한화오션, 오스탈 통해 ‘파이 확장’ 노리나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에 공을 들이는 건 호주뿐 아니라 미국 함정 사업 등 글로벌 방산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한화오션이 앞으로 미국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미국에 자회사를 둔 오스탈 인수가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지난 1920년 제정한 존스법 때문이다.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항만 간 운항이 가능한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하거나 개조한 뒤 미국 시민이 소유하고 미국 국적의 선원을 태운 선박뿐이다. 미국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스탈을 인수해야 한화오션도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오스탈 인수를 통해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 부문 경쟁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오스탈은 중소형 상선을 주력 선박으로 내세우면서도 연안전투함(LCS) 원정고속수송함(EPF), 다목적상륙정(LCU) 등 특수선을 함께 건조하던 업체다. 이전까지 대형 군함을 주로 건조하던 한화오션 입장에선 오스탈 인수를 기점으로 특수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산업 연구원은 “영업 가능한 선박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수주 협상력이 높아진다. 국내에선 대형 군함, 해외에선 중소형 위주의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며 “오스탈 인수가 한화오션에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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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스탈이 건조한 연안전투함(LCS)의 모습/사진=오스탈

인수 승인 미루는 호주 정부, 신규 호위함 프로젝트가 원인

문제는 호주 정부가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경제 매체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승인을 내년 이후까지 늦출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해군이 발주한 100억 달러(약13조6,500억원) 규모의 신규 호위함 프로젝트를 위한 설계업체 선정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오스탈은 미 해군이 해외 발주를 통해 확보할 계획인 총 11척의 호위함 중 총 8척을 수주할 전망이다. 호주 정부는 이를 위해 독일 TKMS,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스페인 나반티아 등 3곳이 제시한 설계안 가운데 주설계사 한 곳과 예비 설계사 한 곳을 선정할 계획인데, 호위함 설계사 선정 전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를 먼저 승인하게 될 경우 설계 입찰에 참여한 3개 회사가 꺼림직한 태도를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 해양 방산 부문의 새로운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는 한화오션에 자신들의 지적 재산을 공유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호위함 설계사 선정 과정이 마무리되고 관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호주 정부도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승인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게 AFR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