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에 위기 몰린 카카오·원아시아, 김범수 창업자 개입 여부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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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시세 조종 의혹받는 카카오, 하이브 공개매수 의도적으로 저지했나
카카오 백기사 노릇 해온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회장 결국 구속영장 청구
김범수 위원장 '승인' 여부에 검찰, "공개매수 저지에 직접 관여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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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조사한 금융감독원 직원이 법원에 출석해 카카오의 SM 주식 대량매수를 시세 조종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SM 지분 매수가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 집중된 건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단 것이다. 이에 카카오 변호인단 측은 시세 조종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단순히 대량매수를 했다고 해서 시세 조종을 단정하는 건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혹 제기와 반박이 거듭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에 대한 시세 조종 재판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SM엔터 시세 조종’ 두고 검찰·변호인 격돌

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및 카카오 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기일을 열었다. 배 전 대표와 카카오 법인은 지난해 2월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2,400억원을 투입, SM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553회에 걸쳐 고가 매수 등을 자행했단 게 골자다.

이날 공판기일엔 카카오의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을 조사한 금융감독원 팀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카카오의 SM 지분 매수가 공개매수 마지막 날 집중된 점에서 시세 조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대량의 지분 매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1,000억원대 자금을 단기에 투입한 건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A씨는 “대량매수가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하루에 1,0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투입해 매수하는 경영진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고 할 텐데, 1,000억원을 한 번에 사면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겠나”라며 “시세 조종을 통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반면 배 전 대표의 변호인단 측은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통상 주식을 대량매수하는 연기금의 거래 행태를 시세 조종으로 판단하지 않듯, 단순히 대량매수를 했다고 해서 시세 조종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카카오와 원아시아의 공모관계도 부정했다. 원아시아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전부터 SM 주식을 매수해 왔단 이유에서다. 검찰은 원아시아 자회사 그레이고(과거 카카오 계열사)와 헬리오스가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SM 주식을 고가 매수한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에 구속영장 청구, 카카오 책임론 커지나

이런 가운데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에 대해선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건영)는 지난 3월 말께 카카오와 공모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원아시아는 센트럴인사이트의 전 소유주인 지창배 회장과 이정우 부회장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지 회장은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부를 축적한 뒤 다수의 상장사 M&A(인수합병)를 통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카카오에 있어 원아시아는 줄곧 자사를 위해 백기사 노릇을 자처해 온 사업 파트너다. 2022년 9월 카카오는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자회사 그레이고의 지분 30%를 원아시아가 운영 중인 펀드 가젤 제1호에 500억원의 가격으로 매각했다. 같은 기간 동안 원아시아는 아크미디어에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는 아크미디어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판단하며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밀월관계가 이어져 온 정황이 거듭 포착된 셈이다. 결국 양사의 관계성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카카오 투자총괄 배 대표와 지 원아시아 회장에 연달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인데,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카카오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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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모습/사진=카카오

김범수 위원장도 ‘가시권’, 연쇄 처분 이어질까

한편 업계에선 이번 시세 조종 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시세 조종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내려질 경우 김 위원장이 이를 승인했느냐 여부가 수사의 주안점으로 떠오르리란 시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세 조종이 확실시되면 김 위원장에 대한 처분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미 김 위원장 등 카카오 윗선 수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차원에서 공개매수에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있었으리란 정황상 증거가 제출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열린 배 전 대표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통해 카카오 임직원들이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 동안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는 것이 시세 조종 행위임을 인지하고 그룹 차원에서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고위 임원이 참여한 투자심의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28일 아침 8시 30분께부터 투심위가 열렸고, 이 자리엔 김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검찰은 배 전 대표가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황태선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에게 “다음 주 하이브 공개매수 분수령인 마지막 날인데, 화상이든 오프라인이든 브라이언(김범수 위원장)이 참여하는 미팅이 필요하다”고 말한 카카오워크 메시지를 공개했다.

아울러 투심위 개최 전후 김기홍 최고재무책임자(CFO)가 SNS 메시지를 통해 배 전 대표에게 “오늘 브라이언이 제이(배재현 전 대표) 손 들어주실 거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내용도 공개했다. 이들 자료는 김 위원장이 공개매수 저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방증하는 정황증거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결국 카카오의 시세 조종 여부가 김 위원장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쟁점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