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급물살, OLED 투자 강화로 적자 탈출 기반 다지나
LCD 중심 사업구조 재편 착수, 거듭된 적자에 OLED로 시선 돌려
6세대 OLED에 매몰된 LG디스플레이, 벌어진 '기술 격차' 어쩌나
광저우 LCD 공장 매각으로 '실탄' 확보? 8세대 OLED 생산 신호탄인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있는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을 위한 행정적 절차에 돌입했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가격 후려치기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LCD 패널 생산을 접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비롯한 주력 사업에 속도를 내겠단 취지다. 그간 적자를 이어 오면서 기술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이번 광저우 공장 매각이 앞으로의 명운을 결정할 가장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착수 나선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장 매각 허가 심사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절차에 따라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가전업체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를 포함한 복수의 업체를 인수 후보군으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매각대금 확정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당초 알려진 매각대금은 1억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차후 금액이 1조원 중후반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중심의 사업구조를 OLED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국내외 LCD 공장을 정리하고 있다. 국내 LCD TV 공장의 경우 이미 지난 2022년 가동을 중단한 상태며, 이번에 매각하는 광저우 공장은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의 마지막 해외 공장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LG는 LCD 사업을 사실상 접게 되는 셈이다.
LCD 업황 부진 심화, LG디스플레이는 ‘7분기 연속’ 적자
이처럼 LG디스플레이가 급하게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건 최근 들어 LCD 업황 부진이 심화한 탓이다. 당초 한국 LCD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세계 1~2위를 독차지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독점해 왔으나,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LCD 생산을 시작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LCD 패널가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구조에서 LCD 비중이 높았던 LG디스플레이는 타격이 더 컸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고, 올 1분기에도 매출 5조2,530억원, 영업손실 4,69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영업손실 자체는 전년(1조984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재무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은 건 리스크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은 13조7,900억원으로 지난해부터 1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부채 비율은 279%로 작년 연말(308%) 대비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248%)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태다. 그나마 지난 3월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하면서 1조3,000억원가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시장에선 아직 부족하단 의견이 나온다.
자금 수혈 이뤘지만, “OLED 실탄 확보가 명운 가를 분기점”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LG는 급하게 자금 수혈에 나섰다. LG유플러스의 토지 매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LG디스플레이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 토지·건물을 1,053억원에 매입해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IDC 사업을 강화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급한 불까지 한 번에 끄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현 상태가 유지되는 한 LG유플러스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적자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로 8.6세대 라인 투자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진 채 6세대 중소형 OLED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2,924억원의 자금 중 4,000억원가량을 기존 6세대 투자 보완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에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로, 생산시설은 이르면 2025년 1분기부터 초기 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중국 BOE도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8.7세대 OLED 생산라인 건설을 위해 88억 달러(약 1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6세대 OLED를 주력으로 삼는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내 8세대 OLED 제품의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세대 대비 수익성이 높아서다. 8세대급(2.25m×2.6m) 유리기판은 기존 6세대급(1.5m×1.8m)보다 면적이 넓은데, 통상 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원장(마더글라스) 면적이 확대될수록 수익성이 높다. 그만큼 패널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1년에 약 450만 매 생산할 수 있었다면 8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 매까지 생산하는 게 가능해진다. 세대가 높을수록 공정 효율이 향상돼 수익성 개선이 용이해 진다는 것으로, 결국 6세대 제품의 파이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통한 OLED 사업 ‘실탄’ 확보가 LG디스플레이의 명운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되리란 전망이 거듭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