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자산운용 ‘종합운용사 전환’ 추진, 법정 분쟁에 부동산 침체는 리스크 요인
2013년 JB금융그룹 '서남권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출범
2014년 더커자산운용 인수 후 종합자산운용사 전환 타진
정량 기준 모두 충족하지만 'JB 호주NDIS펀드' 등 걸림돌
2014년 출범한 JB자산운용이 종합자산운용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현재 운용하는 펀드 규모 등 정량적 기준은 모두 충족했지만 2019년 발생한 ‘JB 호주NDIS펀드’ 이슈 등 법정 분쟁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종합운용사 전환 앞두고 PVF, 리츠 등 수익 다변화 추진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JB자산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JB금융그룹은 2013년 6월 19일 전북은행을 모태로 서남권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2개의 계열사로 시작한 JB금융그룹은 현재 지주사 포함 10개 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이 중 JB자산운용은 지난 2014년 3월 인수한 더커자산운용을 전신으로 한다. JB금융그룹은 더커자산운용 인수 이후 종합자산운용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자산운용사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공모·사모, 특별자산 공모·사모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집합투자업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말한다.
JB자산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 전환에 앞서 사업 다각화와 수익 다변화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JB자산운용은 대체투자 전문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PVF(프로젝트금융회사) 비즈니스 확대와 1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선보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해 브릿지론,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관한 자문과 주선업무로 83억원의 신규 매출을 창출하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에는 PFV AMC(자산관리회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동산개발실’을 신설하고 PFV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아울러 JB자산운용은 경기도 용인에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두 번째 PFV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리츠를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2022년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AMC 영업인가를 받은 후 1호 리츠 출시를 위해 리츠사업본부를 리세팅하고 물류센터, 오피스 등 다양한 섹터에서 리츠의 기초자산으로 삼을 만한 매물을 물색해 왔다.
JB자산운용, 호주NDIS펀드 소송전에 종합운용사 전환 신중론
통상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펀드 수탁고와 일임계약 평가액을 1조5,000억원 이상 확보해야 한다. 또한 증권과 부동산·특별자산 펀드도 각각 1,500억원 이상 운용해야 한다. 더불어 자산운용사로서 5년 이상의 업력을 지녀야 한다.
JB자산운용은 설립 이후 이미 5년을 훌쩍 넘겼다.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의 합산액인 ‘펀드·투자일임 운용자산’도 5조8,873억원으로 집계돼 전환 기준인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증권 펀드 운용자산은 3조4,093억원, 부동산은 7,890억원, 특별자산은 1조2,873억원으로 정량평가 측면에서 종합자산운용사 전환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실시하는 정성평가가 종합자산운용사 전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JB자산운용은 ‘JB 호주NDIS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는 호주 현지 사업자가 호주 정부의 장애인 주택 임대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의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펀드로 KB증권을 통해 기관투자자와 법인, 개인 등에게 3,264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해당 투자자금은 호주 장애인 주택임대사업자인 LBA캐피털에 대출됐는데 이 과정에서 LBA캐피털이 원래 대출계약상 매입하려던 아파트가 아닌 다른 토지를 사들이면서 계약 위반이 발생했다. 이를 인지한 JB자산운용과 KB증권은 투자자금 회수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자금의 회수가 늦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관투자자들은 2019년과 2020년에 JB자산운용과 KB증권을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KB증권도 개인투자자에게 환급한 자금 등과 관련된 구상금 청구를 JB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련의 법정 다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JB자산운용이 연내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JB자산운용 역시 법적 문제가 해소된 뒤에 종합자산운용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JB자산운용 관계자는 “종합 자산운용사로 나아가겠다는 비전과 방향을 잡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JB 호주NDIS펀드 이슈가 2019년 이후 계속 진행 중인 상황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1,500억원 손실 안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도 소송전
1,500억원의 투자자 손실을 안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개별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펀드 설정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국내 판매사와 운용사가 손실을 떠안게 됐다. 올해 1월 코스닥 상장사인 한양디지텍은 최근 JB자산운용 등을 대상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JB유럽 헬스케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판매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투자 피해 소송에서 운용사까지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18년 초 만들어진 ‘JB유럽 헬스케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는 2017년부터 2019년 국내 판매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14개 중 하나로 이탈리아 병원이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도록 설정됐다. 해당 펀드의 만기는 2019년 12월~2022년 10월까지였으나 채권 회수의 어려워지면서 환매가 중단됐다. 하나은행 등 판매창구에서 판매된 금액은 총 1,500억원으로 은행 등에서는 “이탈리아 국가 부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정부 보증 상품인 것처럼 손실 위험을 축소해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정부까지 업계와 투자자 간 분쟁 조정에 나섰지만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손해배상비율을 최대 80%로 결정하면서 판매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적용되지 않아 비율을 80%로 한정하면서 100% 배상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은 검찰과 경찰에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7곳,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총수익스와프(TRS) 계약체결을 한 증권사들까지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주 판매사인 하나은행에 이어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동산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순이익 반토막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의 실적이 급감한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종합운용사를 제외한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 기준 상위 10개 부동산 운용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6.2% 감소한 1,283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운용사의 기본적인 수수료 수익원은 통상 펀드 설정 이후 운용자산(AUM) 규모에 연동돼 받는 운용보수다. 펀드에 부동산 자산을 성공적으로 편입시켰을 때 받는 매입보수와 매각 시 받는 인센티브인 매각보수, 운용사가 책임투자 차원에서 자사 자금을 운용 펀드에 투자해 얻는 이익도 주요 수익원이다.
부동산 투자가 활발했던 2022년과 달리 지난해 급격히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가파른 금리 인상 때문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재택근무 확산의 여파로 국내 펀드들의 주요 투자 대상인 오피스 빌딩 가치가 흔들렸다. 이는 고스란히 부동산운용사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마저 당기순이익이 1,261억원에서 584억원으로 53.7% 감소할 정도였다. 코람코자산운용은 171억원에서 26억원으로 80% 넘게 쪼그라들었고, 에이디에프자산운용과 캡스톤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80.8%, -71.4%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