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환경에도 통화량 증가 폭 ‘금융위기 이후 최대’, PF 연착륙 지원금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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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광의통화 1.6% 증가, 금융위기 2009년 이후 역대 최대 폭
한은 "대정부 대출금 증가,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 등 영향일 가능성 있어"
PF 연착륙 지원·소상공인대책 등 정책금융 다각화도 통화량 급증에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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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화량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통화량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한은 측은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 금리 인하 기대감 장기화 등을 원인으로 꼽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통화량 증가세에 동력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3월 광의통화 전월 대비 1.6% 증가, 왜?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광의통화(M2)는 3,994조원(평잔)으로 전월 대비 64조2,000억원(1.6%)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2월 2.0% 증가 이후 15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수시입출식저축성 예금이 18조6,000억원, 정기예·적금이 12조9,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가 10조7,000억원, 수익증권이 9조2,000억원 증가했고, 시장형 상품은 4조9,000억원 줄었다. 경제주체별로 구분하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35조6,000억원)와 기업(7조5,000억원), 기타 부문(9조8,000억원) 등에서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량이 증가한 것에 대한 이유로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등을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서 통화량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에는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투자할 목적으로 대기자금이 쌓였고, 정기예·적금은 예금 금리가 내려가기 전에 자금을 예치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증가했다는 것이다. 3월 31일이 일요일이어서 결제일이 4월로 이연된 것도 수시입출식예금 증가의 요인이 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의 대정부 대출금이 3월에 크게 늘어난 것도 통화량 증가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은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35조2,000억원을 일시 대출했다. 상환액까지 감안한 대출 잔액은 2월 말 9조9,000억원에서 3월 말 3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일시 차입금 규모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통화량이 크게 줄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증가세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정부 대출금이 더해지면서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IPO(기업공개) 청약으로 인한 기타대출 증가, 금리 하락 기대감 지속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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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연착륙에 자금 쏟는 정부, 통화량 증가에 동력 제공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전폭적인 재원 투입이 통화량 증가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연 3.50%의 긴축적 통화 환경에서도 재정 지원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화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실제 최근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거듭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부동산 PF 연착륙 조치를 확대 보완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일부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를 신속히 추진하겠단 취지로, 사업성 평가 등급 분류를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하고 부실 사업장을 가려내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사업성이 충분한 대다수 정상 사업장에 돈줄을 마련하겠단 방침을 세우면서 자금 투입을 본격화했다. 당국은 지난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PF 사업자보증을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추가 확대했고, 주택 PF 사업장뿐 아니라 비주택 PF 사업장에 대한 건설공제조합의 PF 사업자 보증 프로그램(4조원)도 신설했다. 공사비용 등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 본 PF 단계 사업장 지원도 확대했으며, PF 정상화 펀드 재원을 활용한 정상 PF 사업장 추가자금 공급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구조화·정리에 필요한 자금과 인센티브 지원도 가시화했다. 당국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우선 1조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 수요를 보강하고 향후 지원 현황 및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시 최대 5조원까지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등 부실채권의 원활한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펀드에 우선매수권 도입을 추진하고, 2023년 캠코에서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원에 더해 올해 중에도 새마을금고(2,000억원)와 저축은행업권(2,000억원)에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겠다고도 전했다.

소상공인종합대책 발표, 자금 투입량 확대 수순

여기에 최근 소상공인종합대책까지 발표된 만큼 통화량 증가세는 더욱 눈에 띄게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4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등과 함께 서울 남대문 시장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만나 애로를 청취했다. 범부처 민생안전지원단의 민생현장 점검에 본격 불을 붙인 것이다.

이날 최 부총리는 상인들 앞에서 “민생문제 해결의 시작과 끝이 현장이 되어야 한다”며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해 수정·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맞춤형 대응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우선 금융부담이 증가한 소상공인들에 현재 추진 중인 소상공인 이자환급(1조8,000억원), 대환대출(10조6,000억원), 만기연장(62조원)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10조2,000억원) 지원을 차질 없이 공급해 나가고 필요시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상인에게는 소상공인 희망리턴 패키지를 통해 폐업 부담을 경감하고 재창업·재취업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