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속도전’ 돌입, 대체식품 사업도 줄줄이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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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식품 유통 기업 '조이비오', 인수 5년 만에 매각
SK그룹 '사업 구조 재편' 맞물려 비핵심 사업 철수
中 시장 겨냥한 조이비오 합작펀드는 유지로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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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중국의 식품 유통 기업인 조이비오(joyvio)의 지분을 인수 5년 만에 매각한다. 그룹 전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최적화하는 이른바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조이비오는 SK그룹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중국 대체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했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中 식품기업 ‘조이비오’ 지분에 대한 풋옵션 행사 검토

20일 SK㈜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조이비오 투자자산을 매각 예정 자산 목록에 처음으로 올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가 조이비오 지분 13.3%와 관련해 지분투자 당시 맺은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를 검토 중”이라며 “풋옵션 행사를 위해 조이비오 주주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2019년에는 조이비오 지분 13.3%를 2,137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조이비오는 중국 1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의 모회사 레전드홀딩스가 설립한 식품 유통 기업으로 중국에서 과일, 주류, 수산물을 비롯한 식품 유통 사업과 단체급식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호주 KB시푸드를 비롯해 중국과 칠레 등의 고급 과일·해산물 분야 1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3조8,955억원, 순손실 339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조이비오의 매각은 SK그룹 리밸런싱 작업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올해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업이 SK렌터카 매각이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SK매직도 이달 8일 경동나비엔에 가스·전기레인지·전기오븐 사업의 영업권을 37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SK스퀘어가 크래프톤의 보유 지분 2.2% 전량을 2,700억원가량에 처분했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어스온도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광구 지분 20%를 3,400억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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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미트리스팜 등 대체식품 기업 투자 확대

대체식품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관심을 두고 지원해 온 사업이지만 실적이 나지 않으면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방침에 따라 예외 없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SK㈜는 2017년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한 이후부터 대체식품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2020년 미국의 대체 단백질 기업인 퍼펙트데이에 1,2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 파인드, 식물성 고기 업체 미트리스팜, 세포배양육 업체인 와일드타입 등 푸드테크 기업의 지분을 연이어 매입했다. 당시 최 회장은 관련 회사들의 제품을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개인 SNS에도 올리면서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2021년에는 조이비오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의 투자 대상은 식물성 대체육, 발효 단백질 등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중국 스타트업으로 수직농장 등 유망 IT기술을 보유한 푸드테크 기업과의 사업 협력, 대체 단백질 분야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 등도 함께 추진해 왔다. 당시 SK는 해당 펀드에 180억원가량을 출자하면서 중국 등 대체식품 초기 단계인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 보유한 조이비오 지분의 장부가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투자 금액 대비 약 20% 하락한 1,667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 1,960억원과 비교하면 300억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체식품 분야에 대한 투자 기조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이비오와 함께 조성한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지속 운영하며 관련 사업은 영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J 투자 유치한 푸드테크 기업 ‘플레이팅’ 헐값에 매각

푸드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과 매각은 비단 조이비오만의 일이 아니다. ‘쉐프가 찾아가는 구내식당’으로 관심을 끌며 CJ그룹의 투자를 유치했던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레이팅코퍼레이션도 지난달 5억4,000만원에 매각됐다. 그동안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이 국내 전략적 투자자(SI)와 벤처캐피털(VC)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90억원이 넘었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헐값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설립된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기업용 조식·점심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특급 호텔이나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전속 셰프팀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도입해 배송 시간과 동선을 고려한 물류 배차와 수거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졌다. CJ그룹은 2021년 말 CJ프레시웨이와 CJ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플레이팅코퍼레이션에 투자했다. 지난해 6월에도 필로소피아벤처스, 테일, 한국대안투자자산운용을 신규 투자자로 모집해 32억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식음료 사업의 특성상 원가율 관리가 어려워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시리즈 A 투자금을 받은 지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2022년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은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당시 매출 원가는 51억원으로 매출 원가율이 90%에 육박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 889만5,829주가 전량 무상 소각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자율주행·로봇배달·배양육 등 여전히 미래먹거리로 각광

다만 조이비오, 플레이팅코퍼레이션의 사례와는 별개로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촉발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로 팬데믹 이후 푸드테크 산업의 거래량과 금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들은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이 연평균 6~8%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개·배달기술, 생명공학 식품, 식품 유통·공급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자율주행·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식품 배달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정부는 옥외용 자율주행 로봇 운영을 위한 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7년부터는 배송로봇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실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20개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규제 완화를 통해 수만 번의 배송 트랙 레코드가 쌓이면서 배달로봇 기술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일례로 자율 배달 기술 스타트업 뉴로(Nuro)는 캘리포니아 최초로 자율 배달 서비스의 상업화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도미노스(Dominos), 크로거(Kroger), 7-Eleven(세븐일레븐), CVS 등 대형 식품 유통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수익 창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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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의 자율 배달 로봇/사진=뉴로

배양육 분야도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유발을 개선하고 도축 없이 식용 고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양육이 전통 육류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오는 시점은 오는 2025년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점부터 글로벌 배양육 시장은 연평균 최대 82%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배양육은 제품화에 성공해 일부 레스토랑을 통해 조금씩 공급되고 있으며 조만간 대량 양산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찍이 배양육 개발에 돌입한 미국, 유럽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량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는 등 제품 상용화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의 배양육 기업 모사미트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패티로 만든 버거를 선보였다. 이후 25만 유로(약 3억5,000만원)에 달했던 제품 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는 기존 방식보다 98% 저렴한 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업사이드푸드는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세포 배양 닭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받은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농무부(USDA)에서 시판까지 최종 승인받았다. 잇저스트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안정성 심사 통과와 판매 승인을 취득해 실제 레스토랑에 세포 배양 닭고기를 이용한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스라엘에서도 알레프팜즈, 빌리버미트, 스테이크홀더푸드 등이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 연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