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할인 먹혔다” 겨우 중국 내 판매량 회복한 애플, 탈중국 움직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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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중국 내 출하량 점진적 회복세
애플의 이례적 가격 인하 전략 효과 나타나
생산 기지 '탈중국' 움직임 본격화, 中 의존도 낮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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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시장인 중국의 출하량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았던 할인 정책들이 ‘반전’을 이끌어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 차례 판매 부진의 쓴맛을 본 애플이 ‘탈중국’ 움직임을 가속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본격적으로 낮춰갈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애플, 中 출하량 부진 회복

28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 집계를 인용, 지난 4월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부터 중국 시장의 외면을 받던 애플이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1~2월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급감한 바 있다.

당시 출하량 부진의 원인으로는 화웨이 등 현지 업체들과의 시장 경쟁이 지목된다. 화웨이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수요를 사로잡은 바 있다. 메이트 60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제조한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프로세서를 장착해 성능을 끌어올린 제품이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점 역시 악재였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최소 8개 성 내 정부 부처와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중국 제품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부의 ‘애국 소비’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아이폰 수요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이례적 할인으로 민심 잡았다

위기를 감지한 애플은 판매량 회복을 위해 중국 내 아이폰 판매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애플은 중국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아이폰15 가격을 최대 500위안(약 9만원) 내렸다. 당시 외신 등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애플이 공식 할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후로도 애플의 할인 정책은 이어졌다. 지난 3월 알리바바그룹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는 아이폰15 모델 판매가를 최대 1,300위안(약 24만원) 인하한 바 있다. 같은 달 온라인 쇼핑몰 징동(JD.com)의 애플 스토어 역시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파격적인 할인 정책이 시행된 이후 아이폰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애플 측은 이달에도 일부 아이폰 모델의 가격을 최대 2,300위안(43만원) 인하하는 행사를 실시, 중국 내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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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존도 낮춰가는 애플

애플이 이례적인 ‘할인 정책’까지 내세우며 중국 시장 판매량 회복에 힘쓰는 이유는 뭘까. 현시점 애플에 있어 중국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지난 회계연도 2024년 2분기(2024년 1~3월) 기준 애플의 중화권 매출액은 163억7,200만 달러(약 22조4,500억원)로, 미주(372억7,300만 달러)와 유럽(241억2,300만 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애플이 점차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가며 ‘탈중국’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들어 애플은 제품 생산 기지를 인도 등으로 적극 분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이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1년간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 비율은 전체 중 14%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이 최대 생산 거점이었던 중국을 떠나 인도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는 평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향후 5년간 애플 수익 성장의 15%를 차지할 것이란 예측을 제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과 공급 업체가 앞으로 2~3년 안에 연 5,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후에도 수천만 대를 더 추가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인도는 막대한 인구와 가파른 경제 성장 속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며 “애플의 ‘탈중국’ 움직임과 인도 현지의 제조업 활성화 전략이 (앞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