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회수’ 본격 착수한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분리매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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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대주주 MBK, 매각 작업 돌입
국내 빅3 및 쿠팡·알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
MBK, 난항 겪던 투자금 회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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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배달의민족(B마트)에 이은 업계 2위 온라인 즉시 배송망과 전국에 310개 오프라인 점포를 갖추고 있다. 롯데, 신세계, GS 등 경쟁 SSM 사업자가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만큼 매각의 향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대형 유통그룹뿐 아니라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e커머스가 거론된다.

‘알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물로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이달 투자안내서를 국내외 유통기업과 e커머스 등 잠재 매수자 후보 10여 곳에 배포한 후 접촉에 나설 전망이다.

2004년 출범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과 각각 시장 점유율 20%대의 ‘빅4’ 체제를 형성한 SSM이다.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출은 약 1조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강점으로는 수도권에 많은 매장을 보유한 점이 꼽힌다. 전체 직영·가맹점 중 약 75%인 235개 점포가 수도권 핵심 상권과 주거 지역에 있으며 경쟁 SSM들의 수도권 점포 비중은 평균 50% 정도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즉시 배송(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어 최근 2년간 연평균 80%대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은 슈퍼마켓 사업을 하는 유통사들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슈퍼마켓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GS리테일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GS더프레시 매장은 지난달 말 기준 481개로 매장 수 기준 점유율 1위다. 2위 롯데슈퍼(매장 356개)와 100개 이상 차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의 가맹사업 노하우를 슈퍼마켓사업에 적용해 가맹점 위주로 매장을 늘렸다. 여기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310곳이 한꺼번에 편입되면 압도적 1등으로 올라서게 된다.

롯데슈퍼와 이마트에브리데이(252개) 역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1위가 된다. 다만 업계에선 롯데와 신세계는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부실 매장을 정리하는 등 슈퍼마켓사업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유통업계는 쿠팡도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온라인 쇼핑사업의 성장성이 둔화하자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작년 말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오프라인 진출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유력 후보

지난해 초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알리익스프레스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물류센터 구축이 필수적인데, 알리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지 않고도 한국에 물류센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또한 당일, 익일배송을 갖추기 위해선 도심에 자리한 홈플러스 점포 확보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연내 18만㎡(약 5만4,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시가총액은 285조9,055억원으로, 국내 최대 e커머스인 쿠팡(55조9,952억원)보다 5배나 높다. 알리바바그룹의 보유 현금은 올 1분기 기준 약 46조7,021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36조3,426억원) 대비 10조원이 오른 셈이다.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에서 판을 키우기 위한 자본력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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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시흥배곧점/사진=홈플러스

엑시트 난항에 묘수 던진 MBK파트너스

한편 이번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2020년부터는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재무 구조 개선을 시도해 왔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e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한 데다 소비 패턴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 경쟁력 자체가 대폭 꺾였다.

홈플러스의 부진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 매출 6조9,314억원,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경기 안산점, 부산 해운대점 등 20여 점을 꾸준히 매각해 왔다.

이런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투자금 회수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미 성장성이 검증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할 방침이다.

메가푸드마켓은 2022년부터 추진 중인 식품전문관 사업으로 현재 전국에 총 2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 강화하는 동시에 차입금도 상환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이를 통해 혁신적인 재무구조 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