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리벨리온’, 연내 통합법인 출범
KT '리벨리온', SKT '사피온' 합병
리벨리온 주도의 통합법인 경영
SKT는 전략적 투자자로 활동 전망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합병 이후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 양사의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결집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韓 AI 기업, ‘사피온-리벨리온’ 통합법인 설립
12일 사피온코리아의 모회사인 SK텔레콤(SKT)과 리벨리온은 올해 3분기 중 사피온·리벨리온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SKT는 통합법인의 전략적투자자로 활동하며 AI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방침이다.
토종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에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사피온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AI 반도체 ‘X330’ 등 자율주행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리벨리온은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SKT와 리벨리온은 사업통합 과정을 거쳐 경쟁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사피온 관계자는 “이번 딜은 사피온이 아닌 SK가 주도했고 합병 주체는 지주회사인 미국 사피온이 아니라 사업회사인 사피온코리아”라며 “향후 기술과 인력, 재무현황 등을 파악해 기술적으로 어떤 시너지가 날지, 어떤 제품에 주력할지 등을 연구하고 시스템, 회계, 급여, 복리후생 등을 통합해 단계적으로 합병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합병으로 몸값 상승 기대
다만 합병 이후 지배구조는 본계약 체결 이전까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피온은 SKT의 자회사며 리벨리온은 KT가 약 13%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다. 업계에 따르면 합병 이후 경영은 리벨리온이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T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변수가 산적해 있다.
특히 KT는 리벨리온과 사업 협력을 이어가고 있어 고민이 많다. KT 자회사인 KT클라우드는 이달 중 리벨리온과 함께 개발한 공공 및 기업 고객 대상 NPU 상품(AI 서브 NPU)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KT는 KT클라우드와 리벨리온 간 협력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SKT의 영향력이 커진 이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편 리벨리온은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주주들이 기대하는 상장 후 기업가치는 2조원 수준이다. 이는 사피온과의 합병 전 기준이다. 양사의 합병으로 주주 기대치는 더 올라가게 될 전망이다. 올 초 투자 유치 당시 리벨리온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이었고, 사피온은 지난해 8월 몸값 5,000억원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리벨리온에 앞서 퓨리오사AI에 합병 제안
사피온과 리벨리온이 합병을 발표한 가운데 또 다른 경쟁사인 퓨리오사AI가 앞서 합병 제안을 거절한 것이 확인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 측은 리벨리온에 합병을 제안하기 전 퓨리오사AI 측에 먼저 합병을 제안, 투자 유치를 진행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리벨리온과 손잡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피온은 지난 4월쯤부터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업계에 의하면 퓨리오사AI는 사피온과의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퓨리오사AI는 리벨리온·사피온과 경쟁하는 국내 대표 AI용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지난 4월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선정하며 내년 상장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고, 현재 6,800억원의 가치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세 기업 모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NPU로 AI 가속기(AI 반도체의 일종)를 설계하는 회사로, 퓨리오사AI는 지난 4월 2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공개했고, 리벨리온도 지난 2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공개했다. 사피온은 지난해 말 AI 추론 기능을 특화한 ‘X330′을 내놨다. 다만 세 회사 모두 아직 매출 측면에서는 성과가 미진하다. 3사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36억원, 27억원, 50억원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