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 가능성 열렸나” 한국, 카자흐스탄 리튬 광구 ‘단독 탐사’ 나선다
지자연·SK에코플랜트, 카자흐스탄 리튬 광구 탐사권 따내
내년 상반기 중 시추탐사 실시, 본격 경제성 확인 착수
中 의존도 높았던 리튬 공급망, 지각변동 발생할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가 카자흐스탄의 리튬(Li) 광구 4곳을 탐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뤄진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계기로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와 리튬 광산 탐사‧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결과다. 국내 배터리 업계 등은 이번 MOU 체결을 기점으로 중국 중심이었던 핵심 광물 공급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성료
지난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내 대통령궁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정부는 “리튬을 포함한 주요 광물의 탐사, 채굴, 제련 등 전 주기에 걸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로 했다”며 “경제성이 확인되는 광물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선적 개발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현지 브리핑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비즈니스 포럼에서 우라늄 등 이미 드러난 중요 광물자원 외에도 스스로 탐사에 들어가지 못한 수천 가지 광물 자원이 있다고 소개했다”며 “(토카예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가며 함께 확인하고 전 주기에 걸쳐 파트너십을 이끌어갈 경제 강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자연, SK에코플랜트는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와 리튬 광산 탐사‧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카타르 국가기술예측센터는 희소금속 상용화 기술 협력 MOU를 맺었다. 이외로도 정상 임석하 체결된 11건,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체결된 24건을 포함하면 양국 정부와 경제계 간에 체결된 MOU는 35건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 합의문 1건, 합의의사록 1건 등 총 37건 문서가 채택됐다.
현지 리튬 광구 탐사권 확보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소득으로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가 따낸 ‘리튬 광구 탐사권’을 지목하고 있다.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가 현지 산업건설부와 체결한 MOU는 카자흐스탄 바케노 리튬 광구 4개의 하층토를 탐사할 수 있는 권리를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에 독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자연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광물자원 탐색과 개발·활용 기술을 갖춘 지자연과 기술 협력을 본격, 공식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는 해당 지역의 ‘시추탐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매장량 평가의 정확성, 경제성, 매장된 리튬의 품질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현재 이 지역에는 약 2만 5,000t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기차 약 330만 대에 쓰일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자연과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상반기 중 시추탐사를 진행해 채굴 경제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제성이 확인되면 생산 플랜트를 구축해 이르면 4~5년 내 리튬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현지 생산 플랜트 구축 권한, 생산될 리튬에 대한 권리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대중 리튬 의존도 낮출 수 있을까
한편 배터리 업계는 MOU 체결에 대한 환영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추탐사가 리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리튬 수입 비중은 95%에 달하며,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육박한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배터리 업계 전반이 공급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위태로운 구조인 셈이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이미 업계 곳곳에서는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의 대중 의존도를 조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수산화리튬 중 중국산 비중은 79.6%로 2022년(87.9%) 대비 8.3%p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61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리튬 탈중국’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다름아닌 관련 분야 기업들이다. 일례로 포스코그룹은 작년 11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연산 2만1,5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 수입에 100% 의존하던 수산화리튬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원료 리튬은 정련된 광석 형태로 중국이 아닌 호주에서 수입했다. 국내 최대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올 상반기 호주 리튬 업체인 웨스CEF로부터 리튬 정광 8만5,000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차후 정부가 카자흐스탄 내에서 생산된 리튬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경우, 이들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