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리 역전 현상’, 연이은 악재에 건전성 고삐 바짝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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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예금 금리, 1년 6개월 만에 1.87%p 급락
같은 기간 시중은행 0.46%p 하락, 최고 금리 3.9%
5,000억원 적자에 부동산 PF 부실로 '건전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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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떨어지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현재 3%대 중반까지 내려간 데 반해 시중은행에는 금리 4%가 넘는 예금 상품이 남아 있다. 지난해 5,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마저 악화하고 있어 금리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저축은행 최고금리 4%, 시중은행 4.15%로 역전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3.66%로 집계됐다. 2022년 12월 5.53%였던 평균 금리는 1년 6개월 만에 1.87%p 하락했다. 올해도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1월 3.95%였던 금리는 △2월 3.81% △3월 3.72% △4월 3.71%로 4개월째 하락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4%로, HB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상품 두 개뿐이다.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22년 12월 연 4.08%에서 이번 달 3.62%로 1년 6개월 새 0.46%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iM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66%, 최고 금리는 연 3.9%다. 제1금융권인 DGB대구은행은 ‘DGB함께예금’ 1년 만기 상품에 최고 4.15% 금리를 제공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금리 매력이 떨어진 저축은행을 떠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02조9,74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조원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도 112조879억원에서 100조7,456억원으로 11조가량 줄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에 쏠렸던 예금 수요가 은행이나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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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축은행, 손익 방어 위해 ‘예금 금리 경쟁’ 자제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 경쟁을 자제하는 이유는 손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5~6%대 고금리 예금을 팔았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법정 상한선인 20%에 막혀 크게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를 높이다 보니 예대마진이 급감했다. 결국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5,758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도 1,543억원의 손실을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당국이 강도 높은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최대 5조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연체율도 심각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80%를 기록했다. 2021년 말 2.51%였던 연체율은 2022년 말 3.41%, 2023년 말 6.55%로 오르는 추세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대출 등의 영향으로 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7.48%에서 올해 1분기 11.00%로 크게 올랐다. 부실채권의 비중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eh 지난해 말 7.75%에서 올해 1분기 0.32%p 상승했다.

다만 대표적인 안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은 14.69%로 지난해 말 대비 0.34%p 올랐다. 법정 기준인 ‘자산 1조원 이상은 8%, 1조원 미만은 7%’의 두 배 수준이다. 유동성 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각각 227.27%, 112.99%로 법적 기준치인 100%를 상회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률과 손실흡수 능력을 고려할 경우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부실 저축은행 3곳 경영실태평가 착수

저축은행의 실적 부진과 건전성 위기에 대응해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 부실 저축은행 3곳을 특정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대상 경영실태평가는 10여 년 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경영실태평가 대상은 통상 적용하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아닌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기준으로 선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의 절반 이상인 46곳이 고정이하여신 비율 10%를 넘는다. 여기에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가운데 예금 지급보장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하는 예금보험료도 최대 10% 오르게 됐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료율이 할증되는 등급(C+·C)이 전년 대비 23개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에는 2개 분기 연속 자산건전성 취약 등급을 받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하되,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이 안정될 때까지 분기 단위로 경영실태평가를 이어가기로 했다. 저축은행의 2분기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평가 대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분기 말 기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도 잠재적 평가 대상”이라며 “올해 평가 대상 저축은행이 10개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