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英, 유럽 금리 인하 흐름 속에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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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이어 스위스, 스웨덴 등도 금리 인하 
중국·멕시코 등 비유럽 국가도 올해 초 금리 인하 단행
英은 CPI 진정 국면, 총선 끝나고 8월 인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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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가운데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유럽뿐 아니라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영국은 7월 총선을 앞두고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물가가 크게 안정되고 있어 총선이 끝난 8월께는 금리 인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금리 인하 시작됐다, 스위스 금리 또 내려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이날 정책금리를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월 1.75%에서 1.5%로 내린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 인하다. 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된 가운데 최근 국제 정세 불안으로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인 점이 금리 인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스위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4%를 기록하며 1년 새 2%포인트 하락했다. SNB는 2027년 1분기까지 인플레이션율이 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6일 유럽중앙은행도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4.5%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전날인 5일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캐나다가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이어진 결정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이후에는 동결 중이었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지난 4월 2.4%에서 5월 2.6%로, 상승세로 다시 돌아섰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당분간 꺼릴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시장에선 오는 9월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편 중국과 유럽·중남미 일부 국가도 금리 인하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2월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5년물을 4.20%에서 3.95%로 내렸다. 이어 멕시코(3월), 스웨덴(5월) 등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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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 인하 등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유럽중앙은행

英 중앙은행, 지난해 9월 이후 7차례 연속 동결

반면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7차례 연속 연 5.2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란은행은 2021년 12월을 시작으로 1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는 7차례 연속 동결했다. 영란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내달 4일에 있을 총선까지 영국 기준금리는 5.25% 그대로 유지된다. 다음 통화정책위원회는 오는 8월 1일 열린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전날 CPI 상승률이 약 3년 만에 영란은행의 목표치인 2.0%에 도달했다는 통계가 발표된 뒤 나왔다. 영란은행은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물가 안정세가 더 뚜렷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성명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로 돌아온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8월에는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위원 9명 중 7명이 동결 의견을 냈고, 2명은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상으로는 지난 5월 열린 위원회 결과와 동일하지만, 의사록을 살펴보면 동결 의견을 낸 일부 위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정교하게 균형을 맞춘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다음 회의에서는 인하 의견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지지율 하락’ 수낵 총리, 7월 조기 총선에 베팅

외신에 따르면 이번 달 금리 인하를 놓고 영란은행 내부에서도 고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인하 여부와 시기가 오는 7월로 예정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란은행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현 정부를 돕는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일 수 있어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란은행은 총선일이 발표되고 선거 운동이 시작된 뒤로는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7월 4일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이는 예상보다 3개월 이상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영국의 7월 선거는 1945년 이후 79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면서 침체에 빠졌던 영국 경제가 최근 호전 조짐을 보이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발표는 영국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인 2.3%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나왔다.

1분기 성장률도 최근 3년 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침체에서 벗어났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0.6%p 증가했다. 지난 2021년 4분기 성장률 1.5% 이후 가장 강력한 성장세다. 산업별로는 소매, 대중교통, 운송, 건강 등 서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자동차 제조업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더타임스, 가디언 등 일부 현지 언론들은 수낵 총리의 조기 총선 결단을 놓고 ‘도박’, ‘베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14년간 집권해 온 보수당은 최근 제1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20%p 이상 밀리고 있다. 총선 전초전인 5월 2일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이 보수당에 압승을 거뒀다. 수낵 총리가 지금 치르지 않으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고육지책으로 총선 일정을 앞당겼지만, 현재로써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