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가계대출 조이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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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2.94~5.57%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금융채 하락 영향
다만 스트레스 DSR 2단계 실행으로 대출 한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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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약 3년 만에 2%대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채가 하락한 데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형 주담대 비중 확대 정책을 함께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있으나 내달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을 예고한 만큼 무분별한 확대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3년 만에 주담대 금리 하단 2%대로 ‘뚝’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연 2.94~5.57%로 집계됐다. 19일 신한은행의 금융채 5년 주담대 금리 하단이 2.98%를 기록하면서 2%대를 뚫은 데 이어 이날 금리 하단이 0.04%포인트(p) 추가로 하락한 모습이다. 신한은행 내부 시계열을 보면 신한은행의 금융채 5년물 고정금리 하단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4일(2.96%) 이후 3년 3개월 만으로, 당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연 0.75%에 불과한 시기였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금리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연 3.09~4.49% 수준을 보였다. 지난 3월 29일(연 3.65~5.05%)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최저금리가 0.56%p 낮아진 것으로 연 2%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연 3.19%), 하나은행(연 3.17%), NH농협(연 3.37%)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도 이날 기준 연 3%대 초반에 머물렀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락은 금융채의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19일 기준 3.451%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5월 30일(연 3.42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해 4%대였다가 12월 중순경 3%대로 진입했고, 이달 들어 연일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표금리인 국채 3년물 금리 역시 지난 19일 3.162%로 연저점을 경신했다. 한 달 새 낙폭만 0.25%p에 달한다.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방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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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수요 급증 전망, 변수는 ‘스트레스 DSR 규제’

이에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최저금리가 내려가면서 고정금리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변수로 지목된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 규제에 향후 금리가 인상됐을 때를 고려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총 3단계로 나눈 ‘스트레스 DSR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2월 26일부터 1단계 실행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은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달 말까지는 은행권 주담대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실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인 인상 폭까지 더한 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잡는다. 이에 따라 가산되는 스트레스 금리 폭은 50%로 커지고 그만큼 한도도 더 줄어든다. 금감원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체계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4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로 주담대(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받을 경우 이전보다 2,000만원 정도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1단계에선 4.38%(은행 금리 4.0%+스트레스 가산 금리 0.38%p)의 금리를 적용하고 DSR 40%(연봉의 40%·2,000만원)를 꽉 채우면, 최대 3억7,700만원(원금 942만5,000원+이자 1,056만5,000원=연 원리금 1,999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그런데 내달 1일부터는 실행 대출금리가 그대로 4%여도 은행은 변동금리 주담대에 0.75%p를 더한 4.75%를 기준으로 계산함에 따라 A씨의 최대 주담대 한도는 3억5,700만원으로 1단계보다 2,000만원 낮아지는 것이다.

같은 조건의 혼합형 금리나 주기형 금리 상품의 한도 축소 폭 또한 각 1,200만원(3억8,500만원→3억7,300만원), 700만원(3억9,200만원→3억8,500만원)으로 변동형 상품보다 작다. 변동형(1.5%×100%×50%=0.75%p)보다 혼합형(1.5%×60%×50%=0.45%p)에, 혼합형보다는 주기형(1.5%×30%×50%=0.23%p)에 더 적은 스트레스 금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2단계부터는 은행권 주담대뿐 아니라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는 만큼, 실제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한도 축소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1월 1일 이후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작되면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진다. 표준 스트레스 금리의 반영 비율이 1단계 25%, 2단계 50%를 거쳐 3단계 100%에 이르는 데다 적용 범위가 모든 가계대출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A씨가 은행에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는 3억2,300만원으로 현재 빌릴 수 있는 대출금(3억7,700만원)에서 최대 5,400만원이 깎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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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켜진 ‘가계대출 경고등’, 스트레스 DSR로 총량 억제 기대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 확대는 무분별한 가계대출의 총량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규모는 석 달째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달 13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3,759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2조1,451억원이나 불어났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한 달 새 1조9,646억원 늘면서 증가세를 부추긴 것이다. 신용대출 또한 5월 말 102조9,924억원에서 103조2,757억원으로 약 2주 만에 2,833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의 배경에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이 있다. 주택매매 건수가 늘면서 주담대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해 12월 2만6,934호에서 1월 3만2,111호, 2월 3만3,333호, 3월 4만233호, 4월 4만4,119호로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렇게 증가한 주택매매 거래량은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은 디딤돌‧버팀목대출, 신생아 특례대출과 같은 정책 모기지 상품도 주담대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금융위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공급된 은행 재원 정책금융 대출 규모는 14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늘어난 주담대 17조5,200억원 중 무려 8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부채는 금융 불안을 넘어 소비에도 직격탄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가계별 금리 익스포저를 감안한 소비영향 점검 보고서’에 의하면 금리 인상 후 가장 소비를 많이 줄인 세대는 빚을 내 집을 산 30·40세대로 조사됐다. 빚에 갇힌 경제는 복지의 선순환도, 지속 가능한 성장도 기대하기 힘든 만큼 한층 강화된 DSR 규제가 들썩이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