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지켜라” 디플레이션 압력에 짓눌리는 中, 기준금리 동결 선택
中 인민은행, 위안화 가치 안정 위해 LPR 동결
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기준금리 인하 압력 가중
CPI·PPI 등 주요 물가 지표 줄줄이 부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중국 경제 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를 우려해 대출우대금리(LPR) 조정을 포기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중국의 기준금리 동결
20일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을 1년 만기 연 3.45%, 5년 만기 연 3.9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LPR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째, 5년 만기 LPR은 지난 2월 이후 4개월째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LPR은 20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 평균치로, 모든 금융회사가 대출에 참조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기업대출 등 일반 단기대출 금리에,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준다.
시장은 인민은행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이 ‘예상 그대로’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인민은행은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MLF 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로, 흔히 LPR의 선행 지표로 평가된다.
위안화 평가절하 고려한 조치
인민은행이 LPR을 동결한 가장 큰 이유로는 위안화 안정이 꼽힌다.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랫동안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과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 경우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탈(脫)달러를 통해 위안화의 글로벌 결제 비중을 늘려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상도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포치(破7), 즉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는 상황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LPR 동결 기조가 조만간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 전반을 덮친 디플레이션 위기로 인해 금리 인하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中 디플레이션 위기 가시화
실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3.0%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1~2월 증가 폭(5.5%)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치다. 산업생산 역시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6.2%)와 전월 증가 폭(6.7%)을 모두 밑돌았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1.4% 하락하며 2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4%)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거시경제연구원 류쉐옌(刘雪燕) 연구원은 올해 1-5월 CPI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인 주요 원인으로 1-5월 식품 가격이 전년 대비 2.8% 하락한 점을 들었다. 실제 지난 5월 가격 하락을 견인한 것은 달걀(-7.4%), 신선과일(-6.7%) 등이었다. 이외로도 식품·담배·주류 가격이 1.0% 떨어졌고, 축산물·육류도 2.2% 하락했다.
중국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하던 부동산 시장 역시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021년 발생한 중국의 대형부동산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기점으로 시작된 연쇄 파산 공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로이터가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5월 신규 주택 가격은 4월 대비 0.7% 내리며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1~5월 부동산 개발 투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0.1%나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