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완화에 다시 불붙은 부동산, 서울 아파트값 15주 연속 상승
7월 1주차 서울 아파트값 0.2%p 상승, 전국 0.03%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성동구, 올해 들어 2%↑
9억 이하 아파트 거래 늘고 30대 매수자 비율 40대 추월
서울 아파트값이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 3구가 상승 폭을 키운 가운데 용산구, 성동구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성동구는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으로 올해 들어 2%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과 신생아 대출 특례 등 정책 대출 확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강남·송파 ‘강남 3구’ 상승 폭 확대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7월 1주차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2%p 오른 0.20%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는 상승 폭을 키우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지역별 상승률을 보면 서초구 0.31%, 강남구 0.19%, 송파구 0.27%로 모두 전주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성동구는 한 주 만에 0.21%p 급등하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옥수동과 행당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연초 대비로는 2% 가까이 올랐다. 용산구도 도원동과 이촌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0.3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구(0.27%), 서대문구(0.26%), 은평구(0.21%), 양천구(0.21%), 노원구(0.08%), 강북구(0.7%), 도봉구(0.02%) 등도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에서는 인천과 경기의 증가율이 각각 0.05%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인천은 중구(0.10%)와 남동구(0.07%), 경기에서는 과천시(0.44%)와 성남 분당구(0.32%)가 가장 많이 올랐다. 지방은 지난주보다 0.01%p 오른 –0.04%로 조사됐다. 전국 기준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3%로 전주 대비 0.02%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매수 수요 증가, ‘패닉 바잉’ 우려
최근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이 매수 수요를 움직인 것으로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부동산 수요 상승세에 향후 집값 급등을 기대한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82건으로 전월(4,840건) 대비 7.1%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9.3%로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넘어선 것은 패닉 바잉 열기로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8월 5,054건 이후 처음이다. 4일 기준 6월 거래량은 4,892건으로 거래 신고 기한이 7월 말까지임을 고려할 때 5,000건을 넘어서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영끌을 주도하는 30대 매수자 비율이 급증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 가운데 30대는 7만6,850명으로 지난해 5만5,355명에 비해 38.8% 증가하며 전체 구매자의 45.2%를 차지했다. 40대 구매자는 4만3,501명으로 전년 대비 32.3% 늘었다. 지난해 30대 매수자 비율은 전체 거래의 26.7%로 전 연령대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신생아 특례 대출 시행 이후 거래량 늘어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30·40세대의 주택 구매를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대표적인 정책이 신생아 대출이다. 올해 1월 정부는 출산 2년 이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놨다. 금리는 연 1.6~3.3%로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월간 2,000건대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 3월에 4,000건대로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건수는 2,154건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 전인 1월 1,416건에서 52%나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년 만에 고정금리를 중심으로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지난달 말 기준 연 2.94~5.76%로 집계됐다.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52조1,526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22조원 넘게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시점을 오는 9월 1일로 2개월 연기하면서 막차 수요가 더욱 폭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692조4,094억원과 비교해 16조1,629억원 급증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계대출이 디딤돌‧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성 대출 공급,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