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개월 만에 기준금리 0.1%p 인하, 경제 성장 둔화·美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영향
4개월 연속 금리 동결한 인민은행, 이번 달엔 LPR 인하 나섰다
위안화 가치 안정에 주력해 온 中 금융당국, 성장률 둔화에 위기감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영향, "위안화 가치 하락 리스크 적어질 수도"
중국 인민은행(PBOC)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깨고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고시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및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 LPR 10bp 인하
중국 인민은행이 22일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85%로 전월 3.95% 대비 10bp(1bp=0.01%p) 인하한다고 밝혔다. LPR은 중국에서 실질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1년물은 우량기업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고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날 LPR 인하에 앞서 공개시장조작(OMO)을 통해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기존의 1.8%에서 1.7%로 0.1%p 인하했다. 지난해 8월 7일물 역레포 금리를 0.1% 인하한 이후 11개월 만이다. 역레포 금리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금융기관에게 빌려주는 단기 정책 금리다.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인민은행 측은 “공개시장 조작 메커니즘을 최적화하고 경제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중국
그간 중국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인민은행은 이전까지 4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1년물 LPR은 동결한 채 5년물 LPR만 0.25%p 인하하는 정도에 그쳤다. 1년물 LPR 금리는 지난해 8월 0.1%p 인하한 이후 10개월째 동결 상태였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2bp 하락한 연 2.18%로 2002년 이래 최저치로 마감했다. 20년 만기와 50년 국채금리 역시 지난 수개월간 사상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세, GDP 성장률 전 분기 대비 0.6%p 하락하기도
중국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위안화 가치 안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중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금리 차가 확대돼 위안화에 평가절하 압력이 커진다. 더군다나 이미 중국 금리는 주요 국가보다 낮은 편이라 중국 은행의 수익성도 뒤처진 상태다. 시장에서 “이번 달에도 인민은행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왔던 이유다.
이런 가운데서도 인민은행이 예상 밖의 금리 인하 ‘결단’을 내린 건,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이 급격히 둔화한 영향이 크다. 중국 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실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차원에서 LPR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실제 올해 2분기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 분기 5.3%에 비해 0.6%p 대폭 낮아진 수준이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인 5.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외 지표도 악화를 거듭했다. 지난달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5% 하락해 2015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 척도인 소매 판매 증가율 역시 전년 대비 2.0% 증가에 그치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2분기 성장률 쇼크가 가시화하면서 ‘위안화 가치 절하’ 등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중국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늦어도 9월엔 금리를 내린 것이란 확신이 생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5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3개월 간의 지표로 (물가 둔화에 대한) 추가적인 확신을 얻었다”며 “물가 상승률이 2%로 떨어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계속 기다리면 너무 오래 기다렸음을 결국 깨닫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벗(통화 정책 전환)’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연준의 의지에 따라 이른 시일 내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위안화 가치 하락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정치적인 압박에 기준금리 인하 스케줄이 변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지난 1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 어쩌면 그들(연준)이 11월 5일 선거 전 (기준금리 인하를) 할 수 있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지만, 실제 연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휘둘릴 여지는 거의 없다. 연준은 이전부터 정치권 압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과거 미국 대선과 통화정책 간 연관 여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시행된 13회 미국 대선에서 연준이 특정 후보자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 건 1972년 한 번뿐이었다. 특히 이미 연임에 성공한 파월 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할 이유도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대선 전인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인터뷰 공개 이후 17일 오후 5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예상하는 9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93.3%로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