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에 카카오뱅크 대주주 변경 가능성↑, 정작 2대 주주 한투증권은 ‘난색’
카카오 사법 리스크 심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대주주 유력 후보는 2대 주주 한투증권, 사실상 '친정 복귀'하는 셈
다소 난처해진 한투증권, "대주주 등극 시 은행지주로 전환될 수 있어"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심화 양상을 띠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속앓이하고 있다. 카카오 계열주가 잇달아 하락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 2대 주주인 한투증권의 평가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두고서도 한투증권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김범수 구속에 카카오 사법 리스크 ‘최고조’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2만400원까지 하락했다. 전 거래일 대비 3.79% 떨어진 수준이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날 오전 1시께 서울남부지법(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를 막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하는 과정에 김 의장이 개입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융사 대주주가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이 확정되면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27.17%를 보유한 카카오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김 의장이지만, 양벌규정으로 인해 카카오 또한 최대 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양벌규정이란 회사의 대표나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할 경우 법인도 형사책임을 묻도록 한 제도다.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자리에 한투증권 앉나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하면 현재 지분 구조에 따라 한투증권이 최대 주주가 된다. 한투증권은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27.16%(1억2,953만3,724주)를 보유해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한투증권과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설립 당시부터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한국금융지주 산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은산분리’에 따라 기업은 은행의 지분을 최대 10% 이상, 의결권은 4% 이상 가질 수 없었기에 한국금융지주 산하 자회사로 카카오뱅크를 첫 설립한 것이다.
그러다 2019년 인터넷은행특례법이 통과되면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됐다. 이에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에 최대 주주 지위를 넘기고 한투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카카오뱅크 주식 대다수를 양도했다. 지분을 넘긴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보다 1주 부족한 지분을 보유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왔다. 이번에 카카오뱅크가 한투증권 자회사로 편입되면, 결과적으론 ‘친정’으로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은행지주 전환 가능성에 평가손실까지, 한투증권 고난사 이어져
다만 한투증권 측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가능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캐피탈·벤처캐피탈·사모펀드·부동산신탁’ 등 투자은행(IB) 중심으로 계열사를 보유한 ‘비은행지주’여서다. 비은행지주는 건전성 관리, 손자회사 설립 등에서 은행 중심의 ‘은행지주’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가 되면 한국금융지주 역시 은행지주로 분류돼 비은행지주에 비해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아야만 한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급락하면서 한투증권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곤두박질친 것도 문제다. 한투증권은 2022년 말 카카오뱅크 주식을 주당 2만6,350원씩 총 3조4,132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거래에 비춰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차익을 단순 계산하면 최소 6,8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추산이 나온다.
특히 한투증권은 올해 1분기 말 카카오뱅크 보유 주식을 장부가액으로 1조9,516억원에 산정했다. 시장가격보다 8,000억원가량 낮게 평가된 셈이지만, 김 의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앞으로 장부가액마저 손실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한투증권 측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2~3년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상황을 지켜볼 시간적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지주로 전환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갖췄기에 대응이 가능하다고도 전했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이전 카카오뱅크 1대 주주로서 역할을 한 바 있어 인력과 시스템이 완비돼 있다는 게 한투증권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