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분기 경제성장률 2.8%, 탄탄한 지표에도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
美 2분기 GDP 성장률, 전문가 전망치 크게 웃돌아
경기 침체 위험은 여전하다? 기준금리 인하 점치는 시장
캐나다,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하며 '주요국 피벗' 기대 키워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상황 속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탄탄한 경제 지표에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 위험, 캐나다 등 주요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움직임 등이 기준금리 조정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2분기 경제 성장 ‘견조’
미국 상무부는 올해 2분기 미국 GDP 증가율(속보치)이 2.8%(직전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1%)를 크게 웃도는 수치자, 지난 1분기(1.4%) 대비 1.4%p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수치는 속보치로 향후 수정될 수 있다. 미국은 GDP를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번에 걸쳐서 발표한다.
2분기 경제 성장률 개선을 이끈 것은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 활성화였다. 2분기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은 2.3% 증가했다. 이는 1분기의 1.5% 대비 대폭 개선된 수치다. 서비스 부문 내에서는 의료·건강과 주택, 유틸리티, 여가 활동 서비스가 증가세를 주도했고, 상품 부문에서는 자동차와 부품, 여가용 상품과 운송 수단, 가구 등의 기여도가 높았다.
민간투자 역시 8.4% 증가하며 2분기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적 변동성이 큰 재고투자 증가세가 민간투자 증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민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46%p, 재고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82%p 수준이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입증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00%에 가까우며,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밟을 가능성도 10.2%에 달한다고 봤다.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7%로 점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미국이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9월 인하론’에는 꾸준히 힘이 실리는 추세”라며 “2분기 GDP 성장률만을 가지고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한발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 ‘매파'(경기 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윌리엄 더들리(William Dudley)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연준이 다음 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연준이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편에 서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고, 견해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 긴축 정책에 따른 경기 냉각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경기 침체 신호 중 하나인 ‘삼의 법칙’(Sahm’s Rule)에 따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의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기 침체 위험 지표 중 하나다. 최근 이 지표는 0.43%p로 높아진 상태다. 그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적극적 피벗 움직임
캐나다 등 일부 주요국의 피벗 움직임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 5.0%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0.25% 인하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4년 만이자,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첫 금리 인하였다. 이어 지난 24일(현지시간)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 BOC)은 정례 금리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를 기존 4.75%에서 4.5%로 0.25%p 인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2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BOC는 성명에서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며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이번 인하 결정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CPI는 5월 2.9%로 전월(2.7%) 대비 0.2%포인트 예상 밖 상승을 기록했지만, 6월엔 다시 2.7%로 둔화했다.
티프 맥클렘(Tiff Macklem) BOC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맥클렘 총재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예측에 따라 광범위하게 완화되는 추세를 지속한다면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의 에이버리 셴펠드(Avery Shenfeld) 경제 전문가는 “이는 9월 추가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주는 발언”이라며 오는 10월까지 4회 연속 인하로 캐나다의 정책금리가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