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발 쇼크” 은행권 건설업 연체율 급등, 건전성 악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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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은행 건설업 연체율 증가세, 부실채권 털어내도 연체율은 상승
건설업 2금융권 3개월 이상 연체 고정이하여신 20%, 전년비 4.5배↑
이익은 사유화·손실은 국유화,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 연착륙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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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2년 새 2배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로,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나서 100조원에 가까운 자금 수혈 등 연착륙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방치한 채 땜질식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국유화된다는 비판이다.

건설사 10곳 중 4곳이 ‘한계기업’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건설업 대출 평균 연체율은 0.50%로, 전년 동기(0.38%)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2분기 말(0.23%)에 비해선 2배 넘게 올랐다. 올해 1분기 말 0.78%까지 오른 연체율을 겨우 낮추긴 했으나, 지난 5년 내 분기별 연체율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0.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0.50%), 하나·우리은행(0.36%) 순이다. 지난 2년간 연체율이 가장 많이 오른 곳도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32%에서 올해 2분기 말 0.76%로 0.44%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0.41%포인트, 우리은행 0.13%포인트, 하나은행 0.07%포인트 올랐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 상승 배경에는 한계기업이 있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으로 건설업 전체가 휘청이면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한 데 따른 결과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국내 건설기업 중 25.6%가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잠재적 부실기업’은 42.6%에 달했다. 10개 기업 중 4곳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을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상각하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하는 조치를 한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처분하면 이 채권은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자산이 감소하긴 하지만 연체율은 낮아진다. 문제는 자산건전성 유지를 위해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있음에도 그 규모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2조5,09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824억원)의 1.5배에 달한다. 2022년 상반기(7,352억원)와 비교하면 3배를 훌쩍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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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부실지표, 9년 이래 최악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은행권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60조7,000억원으로, 이는 한은이 해당 업종 대출 통계를 금융업권별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대출 규모뿐 아니라 부실대출 지표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은행권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상호금융‧저축은행은 1일 이상 원금 또는 1개월 이상 이자 연체 기준)은 각각 7.42%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분기(3.38%)와 비교하면 1년 사이 2.2배로 높아졌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은행 NPL 비율은 19.75%로, 1년 전(4.41%)의 4.5배, 2년 전(2.22%)의 무려 8.9배 수준이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2013년 건설업종의 NPL 비율이 30%를 웃돌았는데, 당시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는 모습이다.

PF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과 증권사는 당장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저축은행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올 2분기부터는 캐피털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업계는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영업을 하는 만큼, 지금과 같이 고금리 기조에서는 곧바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금리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충당금을 계속 쌓을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나빠지고, 대출 여력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심화하게 된다. 더욱이 은행권의 경우 PF 대출 규모가 전체 대출에 비해 크지 않고 대부분 선수위 대출로 이뤄져 있으나 비금융권에는 후순위 대출이 많기 때문에 위험 수준이 훨씬 크다.

사실상 ‘무담보’ PF 대출

국내 자본시장의 뇌관이 된 부동산 PF 대출의 담보는 ‘미래 수익성’이다. 시행사의 자기 자기자본은 고작 3%며, 나머지 97%는 건설사의 보증을 통해 빚으로 일으켜 충당한다. 주요 선진국의 PF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담보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국내 PF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그 파장이 건설사와 금융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보증의 고리를 타고 금융 시스템과 사회 전반에 연쇄적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레고랜드 사태가 단적인 예다. 지난 2022년 강원도가 레고랜드 지급 보증을 거부하면서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가 흔들렸고 이로 인해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말라붙었다.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는 7,000억원의 금융권 PF 자금이 투입됐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까지 미쳤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 PF가 기존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이를 사겠다는 투자자가 전무했던 것이다. 결국 만기를 하루 앞두고 채권 재발행에 성공하며 가까스로 사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중소형 사업장의 자금줄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이에 결국 한은이 나섰다. 당시 한은은 2022년 부동산 사업 대출 비중이 높아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던 증권사에 6조원을 지원했다. 증권사가 갖고 있는 채권을 직접 사주는 방식으로, 3개월이 지나면 이를 증권사가 다시 사가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석 달간의 대출을 해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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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에 94조 나랏돈 수혈

이번 부동산 PF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연착륙 대책을 내놨다. 안정성 우려가 전체 시장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94조원 규모의 자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PF 보증 30조원, 건설공제조합 보증 10조원, 준공 전 미분양 대출보증 5조원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을 가려내기 위한 옥석가리기 작업에 돌입, 각 금융사가 제출한 PF 사업장 사업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점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각 금융사들은 만기 연장을 3회 이상 실시한 금융사에 대한 자체적인 사업상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정부가 사업장 평가를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하고 관리 대책을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유의 등급의 경우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해야 하고 부실우려 등급은 상각 및 경·공매를 추진해야 한다. 시장은 전체 PF 대출 규모 230조원 중 5~10%가량이 유의 또는 부실 우려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하반기 중 ‘부동산 PF 제도개선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제도개선 방안에는 △PF 대출 시 사업성 평가 강화 △PF 시장 참여자의 건정성 유지 위한 방안 마련 등의 조치가 담길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PF가 2011년 저축은행 위기부터 최근까지 반복적으로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가 부실이 터진 이후의 뒷수습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PF를 통해 거둬들인 막대한 이익은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차지하지만, PF가 위기에 빠지면 국민 혈세로 이뤄진 공적 자금이 동원된다. 실제로 100조원에 가까운 나랏돈이 투입될 정도로 연일 난리지만 책임을 진 건설사는 한 곳도 없다. 되려 일부 악성 차주들은 현재 직면한 위기만 넘기고 보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집값 상승과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실 정리를 미루며 버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