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고금리에 성장률 2.5%로 하향 조정 “이달 기준금리 인하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 ‘8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
수출 증가 5.6→7% 조정, 민간소비 1.8→1.5%
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회복 지체 "인하 서둘러야"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 수도권 집값 높일 수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춰 잡은 2.5%로 제시했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에 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까지 하향조정되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KDI, ‘내수부진’ 이유로 성장률 하향 조정
8일 KDI는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했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조정되고 있다는 판단에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전망과는 동일한 수치다.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예측치인 2.6%보다는 0.1%포인트 낮다.
KDI가 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은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높게 진행되면서 수출은 상향 조정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내수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3% 성장했지만 2분기 -0.2%의 역성장을 기록한 주된 요인이 민간소비의 낮은 증가세와 투자 둔화 등에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민간 소비도 기존 전망(1.8%)보다 0.3%포인트 낮은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1.8%포인트 내려 잡은 0.4% 증가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파급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1.4%에서 -0.4%로 감소폭을 줄였다.
반면 반도체 경기가 기존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이면서 총 수출은 기존 전망(5.6%)보다 1.4%포인트 높인 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지만 내수는 하향 조정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은 67억 달러 확대된 770억 달러(약 105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 부진과 국제유가 안정세를 반영해 2.4%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2.3%)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내다봤다. 내수 부진을 반영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2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낮춰잡았다.
KDI “8월 금리 인하 고려해야”
KDI는 고금리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경기가 크게 살아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가 눈에 띄는 만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통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치솟을 때 통화당국이 이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의 물가 상승률 안정세는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이에 KDI는 내수 부진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화당국이 기준 금리를 내린다면 나랏빚 걱정이 많은 재정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지출을 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정 실장은 “내수가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다면 이미 재정지출이 많은 만큼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실장은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지연되는 상황으로 상반기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강했던 측면이 있다”며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에서 금리도 정상화된다면 불필요한 내수 부진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바 있는 만큼 언제든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국내 경제상황과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 만큼 그때도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 “금리인하 필요하지만 집값이 불안”
하지만 한국은행은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풀면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주택 구매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 둔화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으로 외환시장 안정과 구조조정 및 부동산가격 안정을 거론했다. 해당 위원은 “금리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은 “가계대출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정부의 정책대출 공급 등에 예상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였고,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0.13%→0.15%) 및 서울(0.28%→0.30%)의 상승 폭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18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557조4,116억원으로 한달도 채 안돼 5조2,600억원이나 불어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의사록에서는 정부의 스트레스DSR 연기 시행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은행과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시행일을 기존 7월에서 9월로 미루고, 전 금융권에 100%를 적용하는 3단계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한 상태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매매 가격이 대출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며 “이에 정책대출과 스트레스DSR을 포함한 거시건전성정책 추진 상황을 감안해 주택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