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사상 최저치, 9월 금리 인하 ‘문고리’ 여나
미 3년 기대 인플레 0.6%p 급락, 단기 및 장기 기대 인플레는 유지
CPI 상승률 둔화, 6월엔 전달 대비 0.3%p 급락하기도
9월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금리 동결 시 기대 인플레 변동성 커질 수 있어"
미국 소비자들의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선 향후 공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흐름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소비자 3년 기대 인플레 2.3%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7월 소비자기대조사(SCE)에 따르면 7월 3년 기대 인플레이션 중간값은 2.3%로 전달 대비 0.6%p 급락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단기 및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의 경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0%였으며 5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8%로 6월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지출은 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달 전망치보다 0.2%p 내렸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휘발유 가격은 향후 1년 동안 3.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6월 4.3%보다 낮은 기대치다. 식품 물가의 경우 동기간 4.7%로 예상돼 6월보다 오름세 기대치가 0.1%p 둔화했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은 의료비와 대학 등록금, 임대료에 대해선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향후 1년간 의료비 상승률 기대치는 7.2%로 6월보다 1.9%p 올랐고, 임대료 상승률 예측치도 7.1%로 동기간 0.6%p 높아졌다.
고용 시장에 대한 전망은 전체적으로 양호했다. 내년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4.3%로 6월보다 0.5%p 낮아졌고,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날 것으로 기대한 응답자의 비중은 20.7%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 상승 완화세, 금리 인하 기대감 확고해질 수도”
기대 인플레이션은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 주체의 주관적 전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된다. 통상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소비자들은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소비하거나 저축하려고 한다. 이는 실제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으면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소비를 미루거나 투자를 늘리려고 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오는 14일 공개될 미국 7월 CPI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가운데 최근 물가 오름세가 완화 추세를 이어가는 양상이 보여서다. 앞서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간 CPI 상승률은 △1월 3.1% △2월 3.2% △3월 3.5% △4월 3.4% △5월 3.3% △6월 3.0% 수준이었다. 4월부터 상승률 둔화세가 시작돼 6월 급격히 둔화 폭이 커진 것이다. 이번 7월 CPI가 이전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들 사이에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 불일치 가능성도 금리 인하 압박 키울 듯
일각에선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 불일치가 높아질 수 있단 점이 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깨지면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불일치가 문제시되는 건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차이가 벌어질수록 통화정책의 효용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앞서 지난 7월 한국은행은 ‘BOK 경제연구 Inflation Disagreement and Monetary Transmission in Korea(기대인플레이션 불일치와 통화정책 파급효과)’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 주체 간 의견 차이가 큰 상황에선 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시해도 실제 물가상승률을 효과적으로 낮추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구체적으로 “2006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기대 인플레이션 불일치 수준에 따른 통화정책 효과의 변화를 추정한 결과, 불일치 수준이 높으면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긴축적 통화정책에도 성장률 전망치 등 실물지표가 단기적으로 이론과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수준뿐만 아니라 경제주체 간 불일치 정도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 전망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