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금리 인하 시계, 美 CPI 3년여 만에 2%대 진입 “빅컷 가능성에는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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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만에 2%대 물가, 경제 연착륙 기대 높여
9월 0.25%p 인하에 무게, 페드워치 전망 64.5%
예상 부합 CPI에도 '빅컷' 기대↓'끈적한 주거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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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넉 달 연속 둔화하며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물가가 확연한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주거비가 재차 반등함에 따라 빅컷(0.5%p) 기대감은 후퇴했다.

CPI, 3년 4개월 만에 2%대로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CPI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2.6%) 이후 처음이다. 7월 CPI는 컨센서스(시장 예상치)와 전달 상승률인 3.0%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는데 전달의 0.1% 하락보다는 높았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4개월 연속 둔화이자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이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예상치와 일치했고 전달의 3.3%에서는 소폭 둔화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품, 에너지, 상품 및 주거 비용을 제외한 ‘슈퍼 코어’ 물가는 전월 대비 0.21% 상승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완만한 상승세라는 평가가 다수다. 식품은 전월 대비 0.2% 올랐고, 에너지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신차와 중고차는 각각 0.2%, 2.3% 하락했으며 항공료와 의료서비스도 각각 1.6%, 0.3% 떨어지며 CPI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전날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오르며 6월(2.7%)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전반적인 경제 관련 지표가 물가 안정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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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

9월 금리 인하 청신호, ‘베이비컷’ 유력

미국 기준금리 방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CPI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언제 금리 인하를 개시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내릴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앞서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로 상승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재확인된 만큼 연준이 물가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의 무게추는 9월 25bp(베이비컷) 인하로 크게 기우는 분위기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오는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인하할 확률은 64.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31.0%의 두 배를 상회한다.

반면 빅컷 가능성은 위축됐다. 월가 일각에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9월 빅컷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50bp 인하 확률은 35.5%로 전일 마감 무렵 대비 1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시마 샤(Seema Shah)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7월 CPI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개시를 막고 있던 인플레이션 장애물을 없애준다”면서도 “이번 수치는 0.5%p 금리 인하에 대한 긴급성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높은 주거비에 빅컷 인하 기대는 감소

빅컷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건 연준이 근원CPI보다 중시하는 주거비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5.1% 오른 것으로 여전히 고착화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6월 주거비가 0.2% 오르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자 둔화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다시 반등한 것이다.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시장에 임대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상임대료인 소유자등가임대료(OER) 역시 0.36% 오르며, 전달(0.27% 상승)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임대료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지 2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부 발표 인플레이션 수치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CPI의 주거비 책정이 실제 시장의 임대료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주거비는 매달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계가 임대료를 갱신할 시점에 가격이 변한다. 게다가 CPI의 주거비는 6개월마다 해당 시점에 주거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갱신되지 않은 임대료와 갱신된 임대료가 혼재해 실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비탄력적이다. 전형적인 주택가격 움직임에 일정 시차를 두고 쫓는 후행지표란 의미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Core Logic)이 집계한 미국 단독주택 임차료 상승률의 경우 2022년 14%에서 올해 1분기 3.37%로 떨어졌지만, CPI에서는 올 1분기 5.7%로 기록됐다. 여기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저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은 영향이 크다. 새집을 사려면 신규 대출로 갈아타야 하는데 현재 고금리로 인해 기존 계약 갱신이 많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CPI의 주거비 흐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7월 CPI도 주거비를 제외하면 연간 상승률이 1.7%에 그친다는 점에서 피벗 결정의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