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 금리 5% 초반까지 하락, M&A시장 부활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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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A 시장, 하반기 조 단위 매물 3~5건 전망
5조원 초우량 매물 에어프로덕츠 인수 흥행 예고
연기금 등 LP자본 유입, 리파이낸싱 시장도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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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침체됐던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때 두 자릿수까지 치솟은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 연 5%대로 급락하면서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하반기 들어 에코비트,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등 조 단위 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인수금융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리파이낸싱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대선,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 거시경제 리스크가 줄어드는 올해 연말부터는 M&A 시장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美 금리 하락 본격화되면 올 연말 조 단위 ‘빅딜’ 성사 기대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수금융 금리가 지난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연 5%대까지 하락했다. 최근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틱인베스트먼트·IMM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시중은행과 연 5%대 초반 금리의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금융 금리는 글로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21년부터 급등하며 2022년 말 연 10%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7~8%대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다가 올해 하반기 5~6%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M&A 시장은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실제로 상반기 거래가 완료된 조 단위 빅딜은 1조9,500억원이 거래된 MBK파트너스의 지오영 인수가 유일하다. 하지만 들어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중소형 딜부터 차례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인수금융 금리 하락에 자금 조달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M&A 시장이 온기를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면 조 단위 빅 딜이 다수 성사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거론되는 조 단위 매물은 3~5건에 달한다. 태영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매각은 이미 흥행에 성공하며 칼라일·케펠인프라스트럭처·IMM인베스트먼트 등이 막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2위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도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328억원으로, 예상 매각가가 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매물이다. 현재 10여 곳의 사모펀드(PEF)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하던 홈플러스도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슈퍼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본체인 마트 사업부 역시 인수금융 금리 인하를 계기로 곧 매각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대기업들도 비주력 사업의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며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매각 대상을 솎아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SK해운, 현대LNG해운 등 PEF가 대주주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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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수요도 증가

인수금융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으면서 리파이낸싱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만기 도래를 앞두거나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위해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에는 MBK파트너스가 풀 엑시트를 앞두고 홈플러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마쳤다. 총 1조3,000억원 규모다. 지난 4월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연 10%에 달했던 버거킹 인수금융 이자율 8%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총 2,050억원 중 주선사를 맡은 KB국민은행이 약 700억원을 책임지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잔액의 절반씩 인수하는 구조다.

같은 달 진행된 2조6,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사, 연기금 등이 선순위채권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공제회와 증권사, 캐피털사들이 메자닌 대출에 자금을 집행했다. 대출 금리는 선순위 5%대, 메자닌은 7% 중반 수준으로 정해졌다.

최근에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JKL파트너스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JKL은 2019년 롯데손보 지분 77% 인수에 7,296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약 2,831억원으로 올해 10월 만기가 돌아온다. JKL은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상시 매각으로 전환, 동시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기업대출에 주력해 온 시중은행도 최근 증권사보다 더 공격적으로 리파이낸싱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인수금융 금리가 5~6%대까지 내려왔는데 시중은행은 그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HMM 매각전처럼 인수대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메우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에 시중은행이 주선 과정에서 인수한 자산을 재매각하는 대신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인수금융 주선은 통상 재매각을 통한 수수료 이익을 취하는데, 시중은행이 차주로 남아 이자 이익의 비중을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리 하락세 전환에 대비해 LP도 인수금융에 투자

기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보다 낮은 금리에 더 큰 규모의 대출을 조달하는 리캡(자본 재조정)도 활발한 추세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조만간 신규 조달이 예상되는 인수금융 규모가 총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PEF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인수한 버거 브랜차이즈업체 맘스터치에 대한 인수금융 리캡을 완료했다. 기존 3,100억원 규모였던 대출 금액을 4,000억원으로 늘리면서 맘스터치 인수 당시 출자했던 기관투자자(LP)에 일부 자금을 상환했다.

현재 진행 중인 조 단위 인수금융 건도 다수 있다. 글로벌 PEF 운용사 맥쿼리PE는 2019년 인수한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에 대한 1조8,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는 연 6%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증권·KB증권·KB국민은행·신한은행 등 4개 기관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2020년 조달한 1조,53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상환하면서 더 큰 대출을 일으키는 리캡 성격이다.

이런 가운데 LP들도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기 전에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에 투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우체국예금은 3,000억원 규모로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했다. 리파이낸싱 거래를 포함해 M&A 거래가 수반되는 인수금융에 80% 이상 투자하고 해외투자는 한도를 총약정액의 30% 이내로 한정했다. 우체국예금 담당자는 해당 투자와 관련해 “금리가 떨어지기 전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을 집행하고자 자산 배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LP들도 국내 인수금융 출자를 선순위 위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앞서 노란우산공제회는 국내 선순위 위주 인수금융 펀드에 2,500억원 이내로 출자하기 위해 위탁운용사(GP) 두 곳을 선정했다. 기준 수익률은 순내부수익률(IRR) 6% 이상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역시 국내기업 선순위 인수금융 블라인드펀드에 총 600억원 이내로 투자하기로 했다. 담보대출비율(LTV) 65% 이하의 선순위로만 구성된 대출 투자 비중이 70% 이상인 블라인드펀드를 대상으로 한다. 목표 수익률은 6%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