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FOMC 의사록 ‘9월 피벗’ 확실, ‘베이비컷-빅컷’ 결정만 남았다
7월 FOMC 회의 내용 공개, '9월 피벗' 시사
고용 지표 위험에 무게, 인플레는 진전 평가
연내 인하폭 관건, 시장은 베이비컷 유력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의 노동시장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과열되지 않았다는 고용 수정치가 나온 만큼 이변이 없는 한 9월 금리 인하 개시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연준 위원 ‘대다수’ 9월 금리 인하 지지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7월 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사록에는 19명의 FOMC 위원 중 ‘대다수(the vast majority)’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대로 계속 나온다면 9월 17~18일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란 시장 기대와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몇몇(several)’ 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합리적인 사례(a plausible case)를 봤거나,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원은 인플레이션 감소, 실업률 상승에 근거해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내용과 동일하다.
실제 이번 의사록은 연준 내에서 물가 상승 위험과 실업률 상승의 위험이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majority)’ 위원은 연준의 고용 목표 관련 위험이 증가했다고 언급했으며, ‘많은(many)’ 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 관련 위험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2% 목표치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화완화 정책을 너무 늦거나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 및 고용이 지나치게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시장에 관해서는 많은 위원이 고용지표가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美 노동부 ‘고용통계 수정치’ 발표, 9월 금리 인하 기대 고조
실제로 이달 2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시장 기대치(4.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지난 5일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의 계기로 작용했다. 고용보고서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가 11만4,000명으로 둔화됐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올 상반기 평균 증가 속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1일 오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일자리 증가 폭에 대한 수정치도 고용시장 불안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일자리 증가 폭을 종전에 발표했던 290만 명에서 81만8,000명 줄여 수정 발표했다. 이는 약 30% 감소한 수치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 기간 일자리 증가 폭이 종전 24만6,000명에서 17만7,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하향 조정 폭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오랜 기간 냉각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면서 고물가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도 밑도는 수치로,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2%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보다 금리 인하 규모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3분의 2가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베이비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0.5%포인트 인하(빅컷)를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 정책 심포지엄(Economic Policy Symposium)에 쏠리고 있다. 올해로 47회째를 맞은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23일 오전 8시(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한국시간 오후 11시)에 30분짜리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의 ‘비둘기(Dove) 성격’ 정도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미 대선 변수 ‘인플레이션’, 트럼프·해리스 정면충돌
한편 인플레이션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노믹스’와 ‘카멀라 노믹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8월 9~13일 조사)’ 결과, 올해 선거 투표에 가장 중요한 이슈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경제를 꼽았고 86%는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최근 둔화 추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대다수 미국인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경쟁하듯 연일 고물가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산업군의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줄여 물가를 낮추는 구상을 내놨다. 석유와 가스 개발을 더욱 확대해 전기료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산업 육성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정반대로 가겠다는 의미로, 미국에서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재집권 시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공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해 기업의 이익추구 행태를 비판하면서 해당 정책을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식료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 산정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식료품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장관에게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인플레이션 해법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진다. 우선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선 되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입품 관세가 오르면 전체 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 공산이 큰 만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벗어나기 어려운 파멸의 고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단순한 물가 안정화가 아닌 ‘대규모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가져오는 방법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만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물가 하락과 동시에 성장이 거의 없는 수십 년간의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바가지 요금 금지(Ban Price Gouging) 공약에 대해선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적하는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재편으로 인해 공급망이 꼬였고, 정부 자금투입으로 수요가 급증한 탓이라는 반박이다. 가격 통제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비상시 기업이 보유한 물량에 대한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사재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렉 맨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카밀라 부통령은 어느 정도 가격 통제를 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 독점 부문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식품 사업은 독점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탐욕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격을 원가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은 통제가 아닌 경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