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가까워온다” 캐나다 중앙은행, 3차례 연속 금리 인하
"인플레이션 우려 증거 없다" 금리 인하 단행한 BOC
2분기 소비자 지출 성장세 둔화, 경기 침체 리스크 커져
금리 인하 후 집값 폭등 위험은 '입국자 조절'로 억제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하했다. 시장 곳곳에서 경기 침체 위험이 가시화하며 BOC의 통화 정책 전환에도 점차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로 인해 현지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임시 입국자 수’ 목표를 설정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나섰다.
BOC, 기준금리 4.25%까지 인하
BOC는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에서 4.25%까지 0.25%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BOC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피벗(통화 정책 전환)의 선두에 섰으며, 이후 7월에도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BOC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티프 매클럼(Tiff Macklem) BOC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증거가 거의 없고 수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목표치(2%)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경제가 지나치게 위축될 우려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BOC의 금리 인하에 대해 “BOC가 경기 침체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2분기에 확인된 경제 둔화 흐름이 금리 조정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의 지난 2분기 연간 성장률은 연 2.1%로, 시장 예상치(1.6%)와 캐나다 중앙은행 전망치(1.5%)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성장의 대부분은 임금 상승에 따른 정부 지출의 증가 때문”이라며 “소비자 지출은 2분기에 0.6%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
실제로 캐나다를 뒤덮은 불황의 그림자는 점차 짙어지는 추세다. 블룸버그가 캐나다 신용평가회사 에퀴팩스 캐나다(Equifax Canada)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 신용 카드 소지자의 2분기 평균 부채액은 4,300캐나다달러(약 425만원)로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대출 미결제 잔액은 1,220억 캐나다달러(약 120조5,4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에퀴팩스는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환경과 실업률 상승이 대출자, 특히 젊은 캐나다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률 역시 2022년 중반 약 5%에서 현재 6.4%까지 올랐고 청년층 실업률은 14.2%에 달한다. 실업률 상승은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레베카 오크스(Rebecca Oakes) 에퀴팩스 캐나다 고급 분석 담당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안정화는 많은 소비자에게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실업률 상승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 재정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BOC의 금리 인하 폭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 침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금리 조정이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BOC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었지만, 일단 (이번 BOC의 기준금리 인하 폭은) 시장의 예상 범위 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이후 집값 상승, 어떻게 막나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 사이에선 BOC가 성급하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현지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캐나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다. 캐나다의 인구수는 지난해 6월 4,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후 9개월 만에 4,1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임대료와 집값 전반이 폭등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금리가 내리고 유동성이 풀리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짚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입국자 수 조절’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마크 밀러(Mark Miller) 캐나다 이민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랜디 보이소놀트(Randy Boissonnault) 고용부 장관과 함께 올해 말 처음으로 임시 거주자 입국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거주자는 영주권을 받기 전 단계 입국자를 일컫는다. 현재 캐나다에는 인구의 6.2%인 250만 명 이상의 임시 거주자가 살고 있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가 환영할 수 있는 적절한 수의 임시 거주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그 수를 5% 또는 약 200만 명으로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급격하게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및 망명 신청자를 포함한 임시 이민자의 수를 통제해 고용·주택 시장 혼란을 잠재우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