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인수 재도전 나선 ACT, 일본 편의점 시장 침체 상황이 변수

160X600_GIAI_AIDSNote
ACT 세븐일레븐 인수 계획 좌절, 세븐앤아이 "기업 잠재력 과소평가했다"
인수 재차 타진하는 ACT, 세븐일레븐 M&A로 미국 시장 장악 노리는 듯
일각서 낙관적 전망 나오지만 "반독점 규제 리스크는 한계"
couche-tard_seven_FE_20240910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일본의 소매유통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캐나다 편의점 체인업체 알리멘타시옹쿠쉬타르(ACT)의 인수 제안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최근 세븐앤아이의 주가가 인수 제안가를 넘어설 만큼 급등한 데다 M&A(인수합병)에 따른 반독점 규제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서다. 다만 ACT가 인수가를 높여 재논의를 이루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 일각에선 향후 세븐앤아이가 매각 쪽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세븐앤아이 “ACT 인수 제안, 기업 잠재력 과소평가한 것”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류이치 이사카 세븐앤아이 회장은 최근 세븐일레븐의 인수를 제안해 온 ACT 측에 인수를 거절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류이치 회장은 서한에서 “(ACT의 인수 제안은)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에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독하게 과소평가한 제안”이라고 거절 이유를 전했다.

앞서 ACT는 지난 7월 세븐앤아이를 6조 엔(약 56조3,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세븐앤아이가 발행한 보통주를 주당 14.86달러로 평가한 금액이다. ACT 입장에선 종전 주가 대비 20% 높은 수준에 인수를 제안한 것이지만, 최근 세븐앤아이의 주가가 인수 제안가를 뛰어넘을 만큼 급등하면서 세븐앤아이가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동기가 사라졌다. 세븐앤아이의 주가는 10일 2,182엔(약 2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인수 제안이 거절되자 ACT는 “세븐앤아이가 논의에 참여하길 거부한 것에 실망했다”면서도 “인수에 필요한 현금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고 서신을 보내 거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 자금을 현금으로 조달할 여력이 충분하며 당국의 승인을 확보하는 데 필요할 수 있는 분할 매각도 고려할 것”이라며 “양사가 협력하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거래에 성공적으로 도달해 이를 완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수가를 높여 재논의를 이루겠단 의사를 강력히 전달한 것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세븐일레븐, ACT가 노리는 건

세븐일레븐은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 브랜드 중 하나로, 그 전신은 미국 텍사스 달라스 소재의 사우스랜드 아이스 컴퍼니(Southland Ice Company)다. 당초 이 회사는 얼음만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계란, 우유, 빵 등 생활필수품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기틀을 닦았다.

일본 기업이 세븐일레븐을 인수한 건 1991년의 일이다. 편의점 사업이 성장하면서 세븐일레븐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확장해 나가자 그 성장성을 꿰뚫어 본 일본의 슈머파켓 체인 업체 이토요카도가 세븐일레븐 모기업 지분 70%를 인수했다. 이후 이토요카도는 철저한 현지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세븐일레븐을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고, 이내 사명을 세븐앤아이홀딩스로 변경했다.

이처럼 북미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세븐일레븐을 ACT가 재차 들여오겠다고 나선 것은 세븐일레븐이 미국 편의점 시장을 장악하는데 ‘키(key)’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븐일레븐은 미국에서 태동한 뒤 오랫동안 미국에서 성장을 이뤄 온 만큼 미국 편의점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14.5%로 전체 중 1위다. 2위인 ACT(4.6%)와 10%p가량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ACT가 세븐일레븐을 인수하면 ACT는 시장 점유율을 약 20%까지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 ACT 입장에서 세븐일레븐은 포기할 수 없는 ‘대어’인 셈이다.

seven&i_down_japan_FE_20240910

일본 편의점 시장 침체 가속, “세븐앤아이 결단 내릴 수도”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편의점 시장이 침체하고 있단 점이 M&A 과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편의점들은 운영비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임대료와 전기세가 인상된 탓이다. 여기에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돈키호테 등 드럭스토어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염가에 판매하기 시작하며 편의점만의 가격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졌단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렇다 보니 일본 편의점 매장 수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의 편의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등 7개 편의점 브랜드의 일본 내 점포 수는 5만5,620개로 전년 대비 119개(0.2%) 줄었다. 협회가 집계한 점포 수를 보면 2022년 6월 이래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관련 집계가 처음 개시된 이래 편의점 점포 수가 장기간 감소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븐앤아이의 실적 역시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세븐앤아이의 매출은 105조4,965억원으로 전년 108조6,191억원 대비 2.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조9,169억원에서 2조6,707억원으로 31.8% 급락했다. 결국 ACT가 인수가를 높게 잡을 경우 세븐앤아이가 매각을 결정할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당국의 반독점 규제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세븐일레븐 인수가 현실화하는 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서민 물가와 직결된 편의점 시장에서의 독점 기업 탄생을 경계하고 있다”며 “ACT와 세븐앤아이 간 인수 협상이 본격화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개입해 거래를 중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CT는 지난 2021년 프랑스 최대 편의점 브랜드인 카르푸 SA를 인수하려 했으나 프랑스 정부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거래를 강제 중지시킨 탓에 인수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본 당국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사회에서 단순한 편의점을 넘어 식사, 공과금 납부, 은행 서비스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국민 정서상 일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기업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허용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ACT가 현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겠단 조건을 내거는 등 심층적인 논의를 이루지 않는 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