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다이먼 회장 “美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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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회장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여전해"
재정 적자, 인프라 지출 확대 등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
고용·물가 동반 안정 어려워, 연착륙 가능성은 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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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이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 둔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다이먼 회장은 예전부터 미국 경제의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다이먼 회장 “美 고금리 상황에 인플레이션 부담 가중”

10일(현지시각) 다이먼 회장은 뉴욕에서 열린 브루클린 기관투자자 협의회 행사에 참석해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여전히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와 인프라 재정 지출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심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고금리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전에도 미국 경제가 ‘석유 파동’으로 대변되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두 개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정적인 공급 충격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란 진단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태그플이션과 함께 7% 금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지난달 인터뷰에서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35~40%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다이먼 회장의 발언은 최근 미국의 각종 물가 지표가 2%대로 둔화하면서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나왔다. 하반기 들어 시장에서는 조만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2.5% 상승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대 안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다이먼 회장은 연준이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모두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가벼운 경기침체, 나아가 더 심한 침체를 겪더라도 미국이 극복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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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경제성장률 1.6%, 경기침체 시그널에 주가 하락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올해 4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1.6%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됐다. 당시 1분기 PCE 지표가 직전 분기 대비 3.4% 오르며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갔고 이 두 가지 지표가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시장의 암울한 예상에 1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날 뉴욕주식 시장의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올해 5월에는 시장분석업체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냉각된 경기와 고착된 인플레이션 속에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돌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S&P500 지수가 2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1970년대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 이상으로 거래되는 주식 시장이 10~20%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고 성장 둔화의 징후가 시작됐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은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지만,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성장률의 하락 혹은 정체, 10%가 넘는 CPI 등이 동반됐음을 감안하면 연준의 주장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1970년대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고 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어떤 논의도 불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오만하다”고 반박했다.

고용·소비·물가 지표 악화에 골디락스 기대 저물어

사실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은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에 도달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골디락스 경제’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로 경기가 좋아지고 경제도 건실하게 성장하지만, 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이 수년간 4%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하면서도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며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는데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가리켜 골디락스 경제로 표현한다.

하지만 1분기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 둔화가 두드러지고 정부 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이면서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은 스태그플레이선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줘 이 시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월에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증시를 이끌어온 미국발 골디락스 경제 시나리오가 도전받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9월을 폭락 장으로 시작하자 시장의 공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까지 이어진 골디락스 낙관론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주가와 금, 채권이 너무 비싼 가격에 형성됐다”며 “해당 자산의 가격에는 이미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어 향후 금리 인하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시장 패닉이 실제 여건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고용 시장의 부진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해고와 신규 이민자의 구직 과정에서 나타난 단기적인 냉각으로, 노동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근거로는 하반기 들어 7월 소비지출이 0.5% 증가하며 견조함을 유지했고 8월 소비자심리지수도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