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확실시, 경기침체 우려에 ‘빅컷’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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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美 연준 의장, 한달 전 피벗 가능성 시사
18일 FOMC에서 0.5%포인트 인하 전망 우세
주요국 피벗 흐름에 한은도 금리 인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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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금리 인하폭이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당초 연준이 목표한 2%대로 향하는 상황에서 고용지표의 부진과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역대 최장기간 금리를 동결 중인 한국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 “조정의 시간이 왔다”, 인하 가능성 시사

오는 18일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이미 지난달 23일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책 조정의 시간이 왔다”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한 만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 폭을 두고는 0.25%포인트와 0.5%포인트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어느 쪽이든 2022년 3월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는 2년 6개월여 만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당시 3월 소비자물가(CPI)는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8.5%를 기록했다. 이에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다. 2022년 3월 0.00~0.25%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7월 5.0~5.5%까지 오르며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5%포인트 오르는데 채 1년 반이 걸리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에서 적어도 한 번은 빅컷이 나올 가능성 제기된다.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방어 차원도 있지만 물가 둔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현재의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제반 경제지표의 흐름을 고려할 때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빅컷을 단행할 확률은 지난달 25%에서 이달 17일 67.0%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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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7월 31일 기준금리와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영국·EU 등 전 세계 피벗 행렬, ‘긴축의 시대’ 막 내려

연준이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파급효과는 전 세계로 미치게 된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에 이어 연준마저 피벗에 동참함으로써 ‘긴축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하 행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피벗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미 정책금리를 낮춘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캐나다, 뉴질랜드 나아가 중국까지 세계적인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앞서 ECB는 올해 6월 3대 정책금리를 모두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 12일 3개월 만에 예금금리는 0.25%포인트, 레피(Refi)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6%포인트씩 인하했다. BOE는 지난달 초 금리를 5%로 0.25%포인트 내리며 팬데믹 후 처음으로 금리 방향을 바꿨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서방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를 내렸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2차례 더 기준금리를 낮췄다.

글로벌 통화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JP모건에 따르면 통화국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달러 강세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아시아 경제권의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지난 7~8월 한국 원화,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급등했고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하락 폭을 회복했다. 안전 자산인 엔화는 2025년 말까지 미국 금리에 대한 할인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성장에 대한 우려로 주춤했던 아시아 주식시장도 미국의 금리 인하로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는 조짐이 나타난다면 랠리가 재개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가 연착륙이 아닌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해석될 경우엔 아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 세계 증시는 8월 초 미국 일자리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난 후 엔화 급등까지 겹치면서 3일 새 6% 이상 폭락했다. 특히 닛케이 지수는 엔화 강세와 일본의 금리 상승으로 7월 최고치에서 10% 이상 하락했다.

한은, 부동산·가계부채 상황 경계하며 금리 인하 모색

글로벌 피벗 기조에 한국은행도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만 보면 인하 요건을 갖췄다”며 “위원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1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관해 우려를 내비쳤다.

이 총재가 언급한 물가 상황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2년여 만에 한은과 정부의 목표 지점인 2%에 안착한 것이다. 또 다른 변수인 환율도 최근 안정세를 보인다. 한때 1,400원 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30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여전히 높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8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두고 부동산발(發) 가계부채 급증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실히 잡히지 않을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10월이 아닌 11월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