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00만원도 낸다” 치솟는 대학가 오피스텔·원룸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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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오피스텔 월세 '천정부지'
공급 부족·유학생 수요·전세 기피 등이 상승세 견인했나
"대학가 집주인들, 줄줄이 월세 올려" 원룸 월세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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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가 인근 오피스텔의 월세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아파트 시장 전반에서 침체·수요 양극화의 조짐이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신축 매물을 중심으로 고가의 월세 거래가 속속 체결되는 양상이다.

대학가 오피스텔, 월세만 100만원?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대학가 인근 오피스텔에서 월 100만원에 가까운 고가 월세 거래가 속속 체결되고 있다.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위치한 아리움 3차 오피스텔 전용 13㎡ 원룸형은 지난달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또 다른 이화여대 인근 원룸형 오피스텔 유이유이대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5만원에 계약이 신고됐다. 작년 6월 준공한 건국대 인근 건대 트레비앙의 전용 17㎡ 복층형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신축 오피스텔에서 고가 월세 거래가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비아파트 시장 침체가 지목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으로 인해 신축 오피스텔 준공 물량이 줄어들며 월세가 자연히 뛰었다는 시각이다. 실제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오피스텔은 총 1만4,479실로 2020년(2만2,219실)의 65%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올해는 4,138실, 내년엔 2,613실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 불안으로 신규 오피스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하며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신축 오피스텔 월세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학·연수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은 2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반기 기준 외국인 유학생이 2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급감하는 추세였으나, 지난해 연간 30만 명을 회복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연고가 없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가전이 모두 갖춰진 신축 오피스텔을 선호한다”며 “월세가 다소 비싸더라도 대학가 인근에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시장의 월세 선호 현상

일각에서는 비아파트 시장에서 확산한 월세 선호 기조가 오피스텔 월세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는 평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량은 1만5,328건 수준이었다. 이 중 월세 거래량은 1만178건으로 전체의 66.4%에 달했다. 오피스텔 월세 비중은 지난 2020년 49.1%에 불과했으나 2021년 49.6%, 2022년 57.2%, 2023년 62.9%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오피스텔 전세와 월세의 인기 차이는 가격지수 등락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 100.58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99.66을 기록한 이후 14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에 반해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 99.89를 기록하며 기준선(100) 이하까지 미끄러진 후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99.33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에 대한 수요자의 우려가 오피스텔 전월세 수요의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진단이 흘러나온다. 한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임차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피스텔이나 빌라에서 전세로 살면 전세금을 떼인다’는 인식이 확산한 상태다”라며 “고질적인 전세 포비아(공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월세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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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월세도 ‘상향곡선’

한편 대학가 인근 지역의 월세 상승 현상은 오피스텔 외 시장에서도 속속 관측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전용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60만원, 평균 관리비는 7만9,000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보증금 1,000만원 기준).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월세는 59만9,000원에서 60만원으로 0.2% 올랐고, 평균 관리비도 7만1,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11% 올랐다.

특히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원룸의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70만~8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입지나 매물의 컨디션이 특별히 나쁘지 않은 이상, 주요 대학교 근처에서 깔끔한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며 “관리비는 매물 컨디션에 따라 5만원에서 8만원 수준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다 합치면 매달 75만~80만원 정도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며 원룸 공실도 많이 발생했고, 임대료 상승세도 한동안 멈췄었다”며 “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임차 수요가 되살아나자 대학가 원룸 집주인들이 월세를 전반적으로 크게 올렸고, 원룸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비싼 월세를 내고서라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