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에 반발한 고려아연, 장형진 고문 등 경영진 측에 법적 대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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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경영협력계약에 '배임' 지적한 고려아연, "영풍 의사결정에 하자 있다"
법조계 관계자 "법적 공방 이어져도 위법행위 판단 어려울 것"
지지부진한 하이브-민희진 법적 분쟁, 고려아연-영풍도 같은 노선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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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영풍 경영진 및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영풍이 MBK와의 경영협력계약으로 MBK 측에 실질적인 이익을 모두 넘긴 건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주장이다.

고려아연 MBK·영풍 경영진에 법적 대응 시사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 및 영풍정밀 주주들은 전날 MBK와 장 고문을 비롯한 영풍 경영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13일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 최대 14.6%(302만4,881주)를 주당 66만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힌 데 반발한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MBK 측의 공개매수가 중대한 위법행위(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이 손실을 떠안고 MBK만 이익을 얻게 된 건 영풍 전체 주주들의 손해를 방관한 것과 다를 바 없단 것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양 사의 경영협력계약으로 영풍은 MBK에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 및 콜옵션과 처분 권한을 모두 넘긴 상태다.

영풍의 의사결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도 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산업 재해와 환경 문제로 경영이 크게 악화하고 있고 최근엔 대표이사 2명이 전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는 건 정당한 경영 판단을 거치지 않은 위법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 사의 경영협력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내용의 각종 가처분, 영풍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등 각종 본안소송, 영풍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업무상 배임 등 감독당국 진정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고려아연 불공정거래행위 소송전 벌어지기도

고려아연과 영풍이 법적 공방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엔 영풍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 취급대행 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장기간 지속해 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 갱신을 고려아연 측이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영풍이 대응 차원에서 소송에 나선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태도를 전환한 이유로 ‘경영권 분쟁’을 꼽았다. 영풍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고려아연의 행보에 제동을 걸자 계약을 볼모 삼아 적대적 행동을 개시했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개정에 반대하고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 HMG 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을 두고 신주 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경영권 분쟁이 기업 간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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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하이브

큰 소득 없었던 하이브-민희진 법적 분쟁, 고려아연-영풍 간 공방 결과는

다만 법조계는 법적 공방이 이어지더라도 양 사의 ‘위법행위’ 여부를 명확히 가리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배임을 주장하기엔 근거가 부족한 데다 고려아연이 적시한 법적 대응 대상인 장 고문이 배임죄의 전제에 위반돼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에 의하면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장 고문은 직함만 유지한 채 고려아연 측에 마땅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고려아연과 영풍의 법적 공방이 하이브-민희진 분쟁 사태와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정황을 확보했다며 내부 감사에 착수, 분쟁을 공론화했다. 이후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구체적인 행동 시기 등을 명시한 자료와 권리침해소송·투자사·여론전 등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 건 있다”며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5월 말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결국 배임 외 다른 혐의가 덧붙지 않는 이상 고려아연과 영풍 간 법적 공방도 큰 소득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