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빅컷’ 단행한 美 연준,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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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점도표 공개하며 '연내 0.5%P 추가 인하' 예고
영국, EU, 캐나다 등도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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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는 가운데 노동시장과 경기 냉각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유럽, 영국, 캐나다를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본격적으로 보조를 맞추게 됐다.

美 연준, 정책금리 4.75~5.00%로 인하

18일(현지 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빅컷을 단행한 것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긴급 금리 인하를 제외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연준은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린 이후 인상을 거듭하며 지난해 7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금리를 올렸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FOMC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빅컷은 만장일치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다. 투표에 참여한 위원 12명 중 11명이 빅컷에 찬성했다. 나머지 한 명은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이사로 0.25%포인트 인하에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의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정책을 더욱 적절하게 재조정할 때가 됐다”며 “지금이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수조 달러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던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초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다시 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시대로 전환했으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날 향후 기준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점도표도 공개했다. 연준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기존 5.1%에서 4.4%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안에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전망 요약(SEP)에는 FOMC가 서두르고 있다는 내용이 없다”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고 말해 향후 점진적 인하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하 결정을 새로운 금리 인하 속도(new pace)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재조정해 고용시장 강세 유지

연준은 빅컷을 단행한 주요 원인으로 고용시장 유지를 꼽았다. 파월 의장은 “임금 상승률이 하락하는 등 노동시장이 냉각됐다”며 “통화정책의 재조정이 고용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최근 몇 달간 하락했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노동시장이 강할 때, 즉 정리해고가 나타나기 전에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 지표는 없다”며 “경제 성장률은 견조하고 노동시장도 굉장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준의 설명과 달리 최근 지표에서는 하방 리스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3.5% 수준이던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4.2%까지 올랐다. 이에 연준은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4.4%로 상향했다. 아울러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개월 전 2.1%에서 2.0%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25% 하락한 4만1,503.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9% 내린 5,618.26에, 나스닥지수는 0.31% 하락한 1만7,573.30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연준의 빅컷 단행 소식에 장 중 한때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지만, 장 마감 전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빅컷 결정이 오히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로 인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종식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CNBC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연준이 잠재적인 경기 부진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만들었다”며 “여기에 FOMC를 앞두고 선반영된 차익실현 매물도 장 후반부에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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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자금 이동, 엔 캐리 청산 재현 경계

국제 투자 자금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로 은행에 돈만 넣어둬도 5% 넘는 이익을 손쉽게 얻는 시대가 끝남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나 양도성예금증서(CD)에 현금을 넣어두고 거의 무위험으로 5% 이상의 고금리를 누리던 투자자가 대거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미국에서는 고금리에 힘입어 저축 계좌와 MMF에 수조 달러의 돈이 유입됐다. 미국 자산운용협회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에 따르면 MMF에 유입된 개인 투자금은 연준 금리 인상 6개월 후인 2022년 9월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원)에서 지난주 2조6,000억 달러(약 3,500조원)로 급증했다. MMF의 총자금은 6조3,000억 달러(약 8,400조원)로,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던 시기에 자금이 더 몰렸다.

글로벌 금리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행태인 캐리 트레이드의 흐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차입해 미국 증시의 기술주나 멕시코, 호주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이러한 방식은 엔화 약세가 전제된 상황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즉 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엔화가 절상되는 국면이라면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은행은 연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은 금리 인하가 한두 차례 더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엔화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6일 엔화는 미국의 빅컷 전망에 달러 대비 환율이 139엔대로 내려가며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현재 142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5일 발생한 ‘블랙 먼데이’처럼 이번에도 엔화 강세가 촉발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 거래가 대거 정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EU·캐나다 등 추가 금리 인하 예고

한편 유럽중앙은행(BCE), 영국중앙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BOC) 등에 이어 연준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세계적인 금리 인하 흐름이 본격화한 분위기다. ECB는 지난 6월 역대 최고 수준이던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물가에서 고용으로 초점을 옮겼다. ECB는 12일에도 예금 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내리는 등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금융시장에서는 ECB가 10월은 건너뛰고 12월에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내리며 통화정책을 전환했고,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또다시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시장이 BOE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35%로 책정했다”며 “다른 나라의 금리 인하 추세를 따르지 않으면 파운드화가 더 절상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캐나다는 지난 4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BOC는 올해 6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2년 3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하는 등 연내 총 3회 인하했으며, 다음 달에도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 현재 캐나다는 성장 활기가 떨어지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중앙은행 전망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면서 물가만 보면 인하 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화위원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10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대다수 위원들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에 관해 우려를 내비친 만큼 향후 피벗은 대출 증가폭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