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외환결제 제휴은행’ 감축이 빚은 무역 거래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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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결제 제휴은행’ 감축으로 신흥국 무역 실적 차질 심화
소규모 신규 기업일수록 ‘거래선 부족’으로 충격 더 커
규제 준수 및 위험 관리 통해 ‘금융 거래 신뢰성’ 회복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은행들이 불법 자금 거래 방지를 위해 무역 거래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하던 ‘외환결제 제휴은행’(correspondent bank) 수를 줄이면서 국가 간 결제 및 무역 금융 서비스(trade finance services)를 받지 못하는 신흥국 기업과 국가 경제가 무역 실적 감소로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가 무역 금융을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불법 거래를 식별하며, 근본적으로는 은행들이 규제 준수와 위험 관리 노력을 통해 국제 금융 거래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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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각국 은행, 불법 자금 거래 방지 위해 ‘외환결제 제휴은행’ 감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글로벌 리스크를 재점검하고 높은 위험과 비용을 발생시키는 요인들을 제거하기 시작하면서, ‘외환결제 제휴은행’(correspondent bank, 현지 은행이 예치한 자금으로 국가 간 결재 및 무역 금융을 제공하는 은행, 이하 ‘코레스 은행’)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상 중 하나가 됐다.

코레스 은행 제도는 무역 거래에 필수적인 국가 간 결재와, 무역 당사자 간 계약 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신용장 개설 등 무역 금융 기능을 수행해 왔지만, 국가 간 법령과 규제 차이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은닉하거나 유통하려는 범죄 집단에 의해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지원 등에 악용되기도 쉬웠다. 이에 2014년 미국 법무부의 글로벌 불법 자금 거래 경고를 계기로 강력해진 규제에 직면한 각국 은행들은 규제 준수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지나친 위험에 노출된 코레스 은행의 거래 관계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수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글로벌 은행들은 2014년부터 각국에 분산돼 있던 코레스 은행들을 정리하고 업무를 통합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는데, 해당 은행 수가 급격히 줄면서, 소수의 코레스 은행에 국가 간 결재와 무역 금융 업무가 집중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레스 은행에 무역 거래를 전적으로 의존하던 신흥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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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스 은행 수 감소에 따른 국가 간 은행 거래 집중도 증가 추이
주: 연도(X축), 국가 간 코레스 은행 업무 집중도(지니 계수)(Y축), *지니 계수가 높을수록 코레스 은행 수 감소로 인해 소수 은행에 국가 간 무역 거래 업무가 집중됐음을 나타냄/출처=CEPR

코레스 은행 거래 단절 기업 무역 실적 ‘확연히 감소’

리 보처트(Lea Borchert) ING 그룹(ING Group) 연구원, 랄프 드 하스(Ralph De Haas) 유럽부흥개발은행(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연구 책임자, 카롤린 키르셴만(Karolin Kirschenmann) 라이프니츠 유럽경제연구센터(Leibniz Centre for European Economic Research) 부소장, 앨리슨 슐츠(Alison Schultz) 조세 정의 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코레스 은행의 감소가 국제 무역 관련 기업들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높은 코레스 은행 의존도를 보여온 유럽 지역 신흥국(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헝가리, 튀르키예)을 중심으로 코레스 은행 관계가 단절된 기업과 유지된 기업 간 실적 차이를 시차를 두고 측정했다.

그 결과 코레스 은행 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어진 기업들이 수출을 중단하거나 수출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확연히 나타났다. 수출을 지속할 확률이 단기적으로 5.2%포인트, 4년 동안 19.8%포인트 줄어들었고 수출 실적도 관계 단절 후 4년 동안 관계 유지 기업들에 비해 57%나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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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스 거래 관계 종료가 수출 관련 지표에 미친 영향
주: 수출 지속 가능성 변화(좌측 그래프), 기간(X축), 확률(Y축) / 관계 유지 기업 대비 수출 실적 변화(우측 그래프), 기간(X축), 실적 로그값(Y축) / 코레스 관계 단절 연도(0, 점선)/출처=CEPR

물론 줄어든 수출을 국내 매출 증가로 상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수출 기업이 실적 감소로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에 이르는 경우까지 관찰됐고, 이러한 충격은 기업 수준을 넘어 코레스 거래 단절 은행 지점들이 몰려 있는 지역 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한 코레스 거래 단절로 인한 충격은 규모가 작은 신규 기업일수록 더 컸는데, 대부분의 회사들이 다양한 코레스 거래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데다 거래 은행을 교체할 여력도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코레스 거래 네트워크가 부족한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 역시 취약성을 노출했는데, 이는 코레스 관계 단절 하나가 해당 기업의 무역 거래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변화된 코레스 은행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일수록 부작용을 덜 겪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레스 거래 관계의 단절은 기업이나 지역 경제 영향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구진이 신흥 시장에 속하는 17개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코레스 거래 관계 단절이 많은 신흥국일수록 더 많은 수출 감소를 겪었다. 코레스 은행 보유 수가 줄어든 국가들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국가와 비교해 수출 증가율이 8%포인트 더 낮고 수입 증가율은 24%포인트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코레스 거래 관계 단절이 개별 기업과 지역을 벗어나 국가 산업과 경제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규제 준수와 위험 관리 통한 ‘금융 거래 신뢰 회복’이 관건

연구진은 코레스 은행 수 감소가 지속된다면 국제 무역에 장기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정부가 공적 자금으로 무역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코레스 거래 단절을 상쇄해 주는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은행들이 국제 금융 범죄 규제(international financial-crime regulations) 준수율을 높이고 위험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코레스 은행들이 확신을 갖고 위험 국가 및 지역에 소재한 은행들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발전한 디지털 기술도 코레스 은행 감소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령 중앙집권화 방식으로 관리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코레스 은행이 현지 은행 고객의 적법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 규정 준수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금융 범죄 가능성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표준화된 법인 식별자(legal entity identifiers, LEI, 금융 거래 참여 법인의 확인을 위한 고유 식별자)의 확산도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확인 절차를 용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은행들의 노력과 무역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에 디지털 기술 활용이 더해진다면 국제 금융 거래의 신뢰성 회복과 코레스 은행 네트워크의 부활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문의 저자는 리 보처트(Lea Borchert) ING 그룹(ING Group) 연구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impact of de-risking by correspondent banks on international trad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