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 공개매수 등 고려아연 측 경영권 방어 전략 구체화, MBK 최후의 변수는 ‘공개매수가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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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상승세, MBK 공개매수가 66만원 상회하는 수준
우군 확보·대항 공개매수 등 최윤범 회장 측 방어 전략도 본격화
공개매수가 상향 가능성 점쳐지지만, 단가 높이면 차입금 부담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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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단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의 매력이 크게 떨어져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타진하는 등 경영권 방어 전략을 거듭 내놓고 있단 점도 MBK의 부담을 가중하는 모양새다. 결국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공개매수가 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단가를 높이면 차입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만큼 MBK로선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공개매수 데드라인 눈앞으로, MBK 공개매수 단가 유지하나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 단가를 올릴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3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상향하려면 공개매수 종료일을 10일 이상 남겨야 한다. MBK의 공개매수 종료 시점이 내달 4일임을 고려하면 기본적인 커트라인은 이날인 셈이지만, 실제론 오는 26일까지도 기간 연장 없이 매수 가격 상향이 가능하다. 내달 5일과 6일이 주말이기에 26일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도 공개매수는 기존과 같은 10월 4일 오후 3시 30분에 진행할 수 있어서다.

MBK 측은 우선 공개매수가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에겐 지금 가격인 66만원도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공개매수가를 올릴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고려아연의 주가가 상승 추세인 만큼 전문가들은 공개매수가 상향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통상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게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자가 공개매수에 응하면 장외거래에 해당해 양도소득세 22%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진 탓에 23일 종가 기준 주가가 72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MBK가 제안한 66만원 대비 9.5% 높은 수준이다. 24일 종가 기준 69만9,000원으로 70만원 선이 붕괴하긴 했으나 여전히 MBK의 공개매수가보단 높다. 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의 매력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앞서 MBK가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힌 건 총력전을 펼치겠단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려면 매수 가격 상향이 불가피한 만큼 MBK도 결단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우군 확보 나선 최윤범 회장, MBK 측 부담↑

고려아연 측이 사업 파트너 전선을 활용해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단 점도 MBK의 공개매수가 상향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다. 최 회장이 사업 영역을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국내외 파트너들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측의 직·간접적 원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그중 하나다. 고려아연은 2년 전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점찍은 스위스 에너지 저장시스템 기업 에너지볼트에 600억원을 투자했고, 이를 계기로 소프트뱅크와의 관계성이 생겼다. 최 회장은 이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방문해 소프트뱅크 측과 이번 분쟁 상황과 관련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재계 인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나와 애머스트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는데, 이 기간 재계 오너 2·3세들과 두루 친분을 쌓았단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는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학창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전해졌다. 지난 추석 서울 모처에서 최 회장과 김 회장이 회동한 배경이다. 김 부회장이 최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앞서 한화그룹 측이 “이번 공개매수 건을 계기로 고려아연과의 협력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는 만큼 향후 전향적인 입장을 내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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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소식에 흔들리는 MBK

재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아연 제련소 소재지인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둔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기술 유출과 국가기간산업·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서 MBK의 공개매수를 ‘공격적 투자’라고 규정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MBK의 경영권 쟁탈을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권 차원에서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에 ‘기업사냥꾼의 단기이익 창출 시도’라는 프레임을 굳히고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측도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직접적인 반격을 준비 중이다. MBK의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가 현실화할 경우 MBK는 자금 차입에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MBK가 오는 30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할 1조4,905억원의 담보는 고려아연 주식 전체다. NH투자증권 측이 내건 자금 대여의 기본 전제가 ‘공개매수 성공’이었다는 것이다. 대항 공개매수와 같은 강력한 변수에 MBK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MBK와 영풍의 자체 자금(5,092억원)으로 확보 가능한 고려아연 지분은 총발행주식의 3.7%가량에 불과하다. 자금 차입 없이는 최소 매수 예정 수량(전체 지분의 6.96%)조차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재계에선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속속 나오는 분위기다.

결국 공개매수가 상향이 최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기존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을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6.96%를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총 9,505억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공개매수가를 4만원만 인상해도 필요 자금이 1조원까지 불어난다. 인수금융의 절반가량을 차입으로 조달하고자 하는 MBK-영풍 연합 입장에선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만큼 차입 부담을 키워야만 한다. 공개매수가를 섣불리 상향하는 건 MBK-영풍 양측 모두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 후 대상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낙폭이 커지면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MBK-영풍 연합 입장에선 고려아연의 강력한 저항 의지에 공개매수 계획이 처음부터 어그러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