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양책 효과” 경기 낙관론 확산, 美·中 증시 상승 랠리
중국 인민은행 유동성 공급 확대에 자본시장 '활짝'
알리바바·징둥닷컴·판둬둬 등 뉴욕 상장 주식 상승
韓 화장품주도 강세,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 확대
중국과 미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0.5% 인하)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까지 가세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인 결과다. G2(주요 2개국)발 유동성 확대에 따른 수혜가 중국 기업은 물론 국내 업체에까지 호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양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글로벌 자산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中 증시 일제히 상승 마감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선전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1.48% 상승을 기록했다. 전일 4.33%에 이은 상승 마감이다. CSI 300은 지난 13일(3,159.25) 종가 기준 2019년 초 이후 5년여 만에 최저를 찍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지난해 말 종가(3,431.11)에 다시 근접한 상태다. 이와 함께 상하이종합지수(1.16%)와 선전종합지수(1.24%)도 올랐다.
같은 날 뉴욕증시도 들썩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732.93로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 지수는 올해만 41번 최고치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전장보다 83.57포인트 오른 4만2,208.22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한 번 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00.25포인트 상승한 1만8,074.52에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핀둬둬, 알리바바는 각각 13.9%, 11.2%, 7.9% 상승했고,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와 리오토 역시 각각 11.6%, 11.3% 이상 올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는 ‘크레인셰어즈 CSI 차이나 인터넷 상장지수펀드(ETF·KWEB)’ 또한 10% 이상 급등했으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중국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도 9%가량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형주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중국 대형주 ETF(FXI)’의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거래량도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투자자는 FXI가 11월 중순까지 최소 12% 상승한다는 데 675만 달러(약 89억7,000만원)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MSCI 신흥시장 ETF(EEM)’ 콜옵션 거래량도 평소의 4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경제 둔화에 돈 푸는 중국, 지급준비율 0.5%P 인하
이 같은 상승세는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 효과로 분석된다.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판궁성(潘功勝) 행장과 리윈쩌(李雲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吴清)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은행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로 0.25∼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준율을 인하하면 시장에 곧바로 유동성이 공급되는 만큼 중국 경기 침체가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지준율 인하를 통해서만 시장에 1조 위안(약 190조원)의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기업에 자사주 매수를 위한 대출을 허용하고, M&A(인수합병) 금융 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인의 부동산 거래도 지속적으로 확대시킨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2주택의 대출 최소 계약금(쇼우푸) 비율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1주택과 2주택 대출의 쇼우푸 비율을 통일시키는 방식으로 다주택 보유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중국의 대대적 유동성 공급 여력은 연준이 경제 연착륙을 위해 빅컷을 단행하면서 생겼다. 연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금리를 50bp 인하하며 숨통을 틔워줌에 따라 위안화 환율 하락 압력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인 25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조작 카드도 꺼내 들었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하는 수단으로,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과 함께 인민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정책금리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MLF 금리를 꾸준히 내려왔다. 2022년 2월 2.95%에서 2.85%로 낮췄고, 그해 9월엔 0.1%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했다. 2023년에도 7월과 9월 두 차례 금리를 하향 조정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에 2.30%로 0.2%포인트 내렸다.
전날 지준율 인하 발표에 이어 MLF 금리까지 곧바로 내려가자, 시장에서는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이 LPR도 0.20~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발언한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연내 추가 인하가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기업도 수혜, LG생건·아모레퍼시픽 9% 급등
한편 중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에 국내 화장품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라 중국 수출 관련 화장품 기업들의 수혜가 점쳐지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보다 9.04%(1만2,500원) 오른 15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7,000억원 이상 급증해 8조8,149억원이 됐다. LG생활건강 역시 전 거래일보다 5.35%(1만9,000원) 오른 37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밖에 코스맥스가 5.94%, 애경산업이 3.55%, 한국화장품이 1.91%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국내 화장품 기업 주가는 지난 2분기만 해도 중국발 매출 둔화에 따른 실적 충격 탓에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화장품주들은 당시 중국의 방역 완화 및 단체관광 재개 소식 등으로 주가가 단기 상승했으나 이후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에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7.28% 증가한 497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도 28.17% 뛴 1,64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이 화장품 업종에 대한 중국발 훈풍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중국에 편중된 매출 의존에서 탈피해 유럽과 북미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데다, 실적 부진 원인이 중국의 소비력 저하에 따른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분기 14.6%에서 올 2분기 8.4%로 급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