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조작·배임 등 혐의로 소송 리스크 직면한 SMCI, 3월 고점 대비 주가 60% 이상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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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직격하고 나선 힌덴버그, "회계 조작 증거 확인했다"
AI 훈풍 아래 상승세 이어왔지만, 미 법무부 조사에 주가 그래프 '우하향 곡선'
10-K 공시 지연으로 투명성 부족 이슈 재차 부각, 분식회계 의혹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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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훈풍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가던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SMCI)의 주가 그래프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법무부가 SMCI를 겨냥하고 나서면서 소송 리스크가 부각된 탓이다. SMCI는 현재 회계 조작, 배임, 정부 제재 우회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로, 지난 2020년 한 차례 회계 조작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만큼 이번 회계 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사의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법무부, SMCI 조사 착수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법무부는 SMCI 조사에 착수했다. 공매도 리서치 기관 힌덴버그 리서치가 SMCI 관련 공매도 보고서에서 “회계 조작의 새로운 증거를 확인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SMCI는 이미 과거 회계 부정 관련 이슈를 경험한 바 있다. 2018년엔 재무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나스닥에서 일시적으로 상장 폐지됐고, 2020년엔 3년간 기업의 수익을 조기 인식하고 비용을 축소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 2020년 당시 SEC의 통지서를 보면 SMCI는 고객에게 배송되지 않은 제품이나 고객의 승인 없이 발송된 제품, 조립이 잘못된 제품 등을 재무제표상의 수익으로 기록하는 등 공시에 허위 정보를 표기했다. 아울러 협력 마케팅 프로그램을 활용해 부채를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는 회계 조작도 자행했다. 이로 인해 잘못 인식된 매출 및 비용의 규모만 2억 달러를 수준이었다.

이 사건 이후 SMCI는 1,750만 달러(약 231억원)의 벌금을 지불했고, 하워드 히데시마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경영진도 부당하게 얻은 이익금 240만 달러(약 32억원)가량을 반환했다. 회계 부정에 연루된 주요 임원들은 히데시마 CFO를 포함해 모두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MCI가 위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고된 임원들을 재고용하기 시작했단 점이다. 회계 부정 논란의 핵심이던 히데시마 CFO 역시 에이블컴(Ablecom)에 컨설턴트로 채용되는 방식으로 재고용됐다. 에이블컴은 찰스 리앙 SMCI CEO의 형제인 스티브 리앙이 운영하는 회사다.

이와 관련해 힌덴버그는 “2020년 회계 문제로 퇴출당했던 이들이 대부분 돌아왔다”며 “이와 함께 부정 회계 관행도 재차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힌덴버그에 따르면 지난 4월 SMCI의 전 글로벌 서비스 책임자였던 밥 루엉은 찰스 리앙 CEO 및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MCI가 배송 미완료 제품에 대한 매출을 조기 인식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내용으로 내부고발을 진행한 뒤 회사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SMCI는 2020년 이후로도 같은 방식의 회계 부정을 반복한 셈이 된다.

배임 혐의도 제기됐다. SMCI와 에이블컴, 그리고 형제 기업인 컴퓨웨어(Compuware)까지 삼자 간의 순환거래 내역이 포착되면서다. 힌덴버그에 따르면 2020년이후 에이블컴 미국 수출의 99.8%, 그리고 컴퓨웨어 미국 수출의 99.7%가 SMCI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소위 ‘서로 해 먹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이를 두고 힌덴버그는 “수상하리만치 순환적인 관계”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순환거래 관행으로 회사가 손해를 보거나 리앙 형제의 개인적 이익이 발생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배임으로 판정될 수 있다는 게 힌덴버그의 설명이다.

이외 SMCI가 정부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고성능 컴퓨터(HPC) 및 부속품의 수출을 금지했는데, 제재 품목엔 SMCI의 제품도 일부 포함됐다. 하지만 SMCI의 러시아발 매출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배나 늘었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한 수출입 항목은 총합 4만5,000건에 달한다고 힌덴버그는 전했다. SMCI에 대한 리스크가 여러 방면에서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AI·엔비디아 최대 수혜주, 1년 만에 주가 14배 상승하기도

SMCI는 데이터센터용 서버 제조업체로, AI 강세에 따른 엔비디아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혔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칩을 장착해 서버를 제작하는 등 엔비디아와의 관계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리즈는 “SMCI는 AI 투자 추세를 배경으로 AI 서버 기회를 포착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며 “뛰어난 설계 역량과 강력한 AI 파트너십 덕분에 SMCI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3년 기준 SMC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 남짓”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점유율 상승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덕에 SMCI의 주가는 2018년 말 13.80달러에서 매년 상승세를 이었다. 2023년 초 대비 지난 3월 회사의 주가가 14배 넘게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올해 초 역시 시장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MCI의 올 2분기 매출은 최대 36억5,000만 달러(약 4조8,82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존 예상치 29억 달러(약 3조8,790억원)는 물론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월가 평균 전망치 30억6,000만 달러(약 4조927억원)을 20% 웃도는 수준이다. SMCI의 성장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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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에 주가 ‘폭락’

그러나 최근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SMCI의 주가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힌덴버그가 회계 조작 혐의를 지적한 지난달 28일(현지 시각)에는 장 초반부터 전일 대비 20% 이상 폭락한 434달러대를 기록했고, 미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한 이달 26일엔 전일 대비 12.17% 급락한 402.4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 주가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SMCI의 주가 하락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에 이어 연달아 회계 조작 문제가 발생하면서 내부 통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바클리즈도 이와 같은 이유로 SMCI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MCI의 이미지 추락이 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회사의 투명성 부족 이슈가 거듭 부각되고 있단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말 SMCI는 “정해진 기간 내에 연례 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K(SEC에 매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사업 보고서)’ 공시를 지연했다. 2018년 공시 지연 문제로 일시적인 나스닥 상장 폐지 조치를 받았던 SMCI의 전력을 고려하면 투자 리스크만 키운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사실상 주가 상방 요인이 전무한 상황에서 하방 압력만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