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국면에 공개매수가 상향한 영풍·MBK, 고려아연 측 대응 시 ‘추가 가격 인상’ 나서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인상, 경영권 확보 전략 본격화하는 영풍·MBK
대응책 마련 나선 최윤범 회장, 영풍·MBK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 나설 가능성↑
"추가 인상 계획 없다"는 강성두 사장, 시장선 "또 말 바꾸는 거 아니냐"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하고 나섰다. 주가 상승에 따른 공개매수 경쟁력 저하에 대응한 것이다. 다만 향후 고려아연 측이 대항 공개매수 등 대응책을 꺼내 들면 연합 측이 다시 열세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향후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 분위기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66만원→75만원 상향
3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지난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렸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회사의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상회하자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대응한 것이다. 25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주가는 각각 70만4,000원, 2만2,750원이었다.
이에 따라 영풍·MBK가 고려아연 지분 경쟁에 투입하는 실탄(매수 수수료 등 포함)은 기존 최대 2조1,3778억원에서 2조4,443억원으로 3,000억원 남짓 늘어나게 됐다. 해당 자금을 활용해 영풍·MBK가 영풍정밀 인수에 성공하고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14.61%)로 취득하면 양 사의 총합 고려아연 지분은 49.59%에 달한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50.82%로 과반 이상이다. 영풍·MBK 입장에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과정이 단 한 걸음만 남은 셈이다.
대항 공개매수 타진하는 고려아연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내달 초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영풍·MBK 측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가 현실화하면 영풍·MBK 연합은 자금 차입에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MBK가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한 1조4,905억원의 담보가 고려아연 주식 전체로 잡혀 있어서다. 결국 NH투자증권 측이 내건 자금 대여의 기본 전제가 ‘공개매수 성공’인 만큼, 영풍·MBK 측에 있어 대항 공개매수는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단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영풍·MBK가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단 점이다. 현재 최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은 5.75%(119만182주), 영풍정밀이 영풍·MBK 측에 넘어갈 시 7.6%(157만2,690주)다. 해당 물량을 주당 80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가정하면 5.75%를 사기 위해선 약 9,521억원, 7.6%를 사려면 1조2,582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영풍·MBK가 재차 공개매수가 상향에 나서면 최 회장 측의 자금 부담은 주당 90만원 기준 5.75%에 1조726억원, 7.6%에 1조4,154억원까지 커진다. 그러잖아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최 회장 입장에선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영풍·MBK 측으로선 공개매수가 상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단 것이다.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 일축한 영풍, 하지만
다만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 계획은 없다”며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 가능성을 일축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지만, 앞선 공개매수가 상향 과정에서도 ‘말 바꾸기’가 자행된 바 있는 만큼 시장 관계자들은 강 사장의 언급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19일 김광일 MBK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관투자자에겐 지금 가격인 66만원도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공개매수기를 올릴 이유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MBK의 경우 다른 기업의 인수 사례에서 말 바꾸기를 한 전력이 있단 점도 불신을 키운다. ING생명 인수 당시 “회사를 10년 이상 보유하며 인력 구조조정 없이, 장기적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인수 6개월 만에 일반 직원의 3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매각도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재매각 금지 기간 2년이 끝나자 곧바로 중국계 금융사 등과 협상에 돌입했고, 이내 40%를 팔아넘겼다. 이후 잔여 지분 일체는 신한금융지주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들이 연합 측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