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美 9월 고용 지표, 연준 ’11월 빅컷’ 가능성 낮아졌나

160X600_GIAI_AIDSNote
9월 美 비농업 일자리 25만4,000개 증가, 시장 전망 크게 웃돌아
"11월 FOMC 빅컷 가능성 0%" 뒤집힌 시장 여론
美 금리 인하 속도에 중동 리스크까지, 피벗 변수에 한은 '신음'
unemployment rate_usa_20241007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추가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탄탄한 9월 고용 지표를 발표하며 시장 여론이 뒤집힌 것이다. 곳곳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탄탄한 美 고용 시장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9월 비농업 부문에서 25만4,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15만 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노동부는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이전에 보고된 것 대비 7만2,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실업률도 시장의 예상치(4.2%)보다 낮은 4.1%로 집계됐다.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뛰며 4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견고한 고용 지표가 발표된 직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을 0%로 보고 있다(6일 기준). 베이비컷(기준금리 0.25%p 인하) 확률은 97.4%, 동결 확률은 2.6%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지난달 빅컷을 단행한 것이 ‘실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래리 서머스 전(前)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오늘 발표된 고용 보고서는 우리가 높은 중립금리 환경에 있다는 의구심을 확인시켜 줬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나고 보니 9월의 50bp 인하는 실수였지만, 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면서 “이제 ‘경착륙’과 ‘노랜딩’은 모두 연준이 고려해야 할 위험이다”고 했다.

파월 “연내 금리인하 0.5%p 수준일 것”

한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 지표 발표 이전부터 ‘점진적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추가 빅컷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연설과 그에 앞서 배포한 서면 문건을 통해 “전반적으로 경제는 견조한 상태”라며 “우리는 경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Fed의 9월 빅컷 결정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책 조정을 통해 노동시장 강세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며 “실업률의 고통스러운 상승 없이 물가 안정을 향한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연설 후 이어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런 젠트너 NABE 회장과의 대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분위기를 전하며 “FOMC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것 같지는 않다”며 “경제가 전망(연착륙)대로 흘러간다면 (추가 연내 인하 폭은) 총 0.5%p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Fed가 지난달 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의 내용을 강조한 발언이다. Fed는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연 4.4%로 제시, 연내 0.5%p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한편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계속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계속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며 “신규 세입자에게 부과되는 임대료의 증가율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상태가 유지되는 한 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짚었다. 

셈법 복잡해진 한은, 10월 피벗 가능할까

미국의 ‘빅컷’ 가능성이 눈에 띄게 축소된 가운데, 피벗(통화 정책 전환)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해 한은 목표치(2%)를 이미 밑도는 상태인 데다,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은도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심화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2일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중동 사태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양국의 무력 충돌로 인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피벗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히던 집값·가계부채 급등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6,029억원 증가했다. 8월(9조6,259억원) 대비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열기 역시 점차 가라앉는 모양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전월 대비 상승 거래 비중은 4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거래 비중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절반을 넘기다 9월 들어 50% 아래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