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블랙홀 된 ‘중국 증시’, 고공행진 이어갈까
유동성 공급 등 부양책 발표 후 중국·홍콩 증시 급등세
인도·대만서 짐 싼 해외 큰손들, 中 액티브펀드 비중 지속 확대
후속 조치·추가 부양책 관건, 3분기 기업 실적도 지켜봐야
급반등을 보이고 있는 중국 증시에 투자하기 위한 글로벌 자금 리밸런싱이 진행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랠리 지속 가능성에 대해 비관론이 제기된다. 국경절 연휴 본토 증시가 휴장한 동안에도 홍콩증시는 상승을 이어갔지만 지금의 랠리가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부동산 경기 회복이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국내 수익률 톱10, 중국 ETF 싹쓸이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한주간 아시아 증시에서 유출된 자금은 인도 32억3,500만 달러(약 4조3,700억원), 대만 22억7,800만 달러, 한국 9억5,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 증시로 유입된 자금은 올 7월 이후 집계하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 내 비중국국가에서 중국으로 자금 리밸런싱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진행돼야 하는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촉발한 랠리에 글로벌 투자 자금이 중국으로 간 것이다.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국내 상장된 중국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7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9월 5일~10월 4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ETF 1~10위(레버리지 포함)는 모두 중화권 상품이었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H)’는 한 달 수익률 13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포함된 홍콩 항셍테크지수의 하루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한다. ACE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과 TIGER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등도 같은 기간 95%가량의 수익률을 내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레버리지 ETF들을 제외한 수익률 순위를 보더라도 상위 1~10위는 50~80%대 수익률을 보인 중국 관련 ETF들이었다.
지난 1개월간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ETF 2위에도 중국 관련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해당 기간 동안 4,810억원이 늘었는데, 단기 자금 보관용인 KODEX 머니마켓액티브(6,610억원)를 제외할 경우 일반 주식형 ETF 중에는 가장 순자산이 많이 늘었다. 이는 중국 펀드 수익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에서 중국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 186개의 1개월 수익률은 30.7%로 지역별 펀드 중 가장 높았다. 북미 펀드(5.0%), 일본 펀드(4.2%)와 비교하면 6~7배 높다. 올해 초만 해도 운용사를 가릴 것 없이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무더기로 부진한 성과를 냈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추가 10% 상승 vs 과대 평가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 정책 금리 인하로 향후 2~3분기 동안 성장률을 3%에서 5%로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하며 증시에서 추가 10% 상승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현재 CSI300 목표가를 4,000에서 4,6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부양책이 실제 실행되지는 않은 단계인 데다 중국 부동산 시장 문제와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중 갈등 리스크를 고려할 때 그간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판단도 나온다. 레이먼드 마 인베스코 홍콩·중국증시 담당 최고투자전략가(CIO)는 “국경절 휴장 직전인 지난달 24~30일 중국 증시를 보면 일부 주식은 30~40% 뛰어 확실히 과대 평가됐고 역사적 고점에 달한 종목도 있다”며 “결국 펀더멘털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주식 비중을 서둘러 늘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린 송 ING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해결해야 할 경제 과제는 일회성 부양책으로는 힘들다”며 “특히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쏠릴수록 중국 국채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과 금리가 급등하면 오히려 경제 뇌관인 주택 시장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소비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문제가 해결돼야 중장기적인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플레이션 벗어날 충분한 부양책 필요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증시 향방을 가늠할 만한 요소로 중국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를 꼽는다. 앞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지난달 26일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한 대책을 주문한 이후 지방정부들이 주택 구매 제한 완화 등을 실시했는데, 이에 전국적인 규제 완화나 추가 부양책 시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공영 중국중앙TV(CCTV)는 50개 이상의 도시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도입했다며 연휴 기간 주택 구매 의향을 반영하는 방문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지켜봐야 한다.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펀더멘털을 증명할 상장사들의 이익 창출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다음 주부터 본격 실적을 발표한다. 다화테크놀로지(17일), 차이나텔레콤(18일), 핑안은행(22일), 자금광업(23일), 중국공상은행·중국건설은행·핑안은행(25일) 등이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부양책 발표가 실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지도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화려한 주식시장 랠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까지 나온다면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침체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