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아파트 거래량 3분의 1로 줄어, 가격도 정점 찍고 하락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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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량 8월 6천 건에서 9월 2천 건으로 감소
9월 서울 아파트 매물도 2.2% 줄어, 적체 현상 뚜렷
연말까지 수요 관망, 부동산 시장 보합세 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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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안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했다. 전국적으로 매물이 쌓이며 서울 외곽과 강북 지역 아파트 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고, 강남 일부 지역도 7~8월 신고가가 속출하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는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아파트 가격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올여름과 같은 급등장이 재연되기보다는 연말까지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 3구 아파트, 8월 신고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939건으로 8월 기록한 6,103건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아직 최종 집계까지 한 달가량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량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 확실시되는 모습이다. 반면 매물은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3,788건으로 8월 8만1,983건보다 2.2%(1,805건) 증가했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지 않았던 7월 매물 7만7,652건과 비교하면 적체 현상이 뚜렷하다.

아파트 가격도 7~8월 최고가를 찍은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용 면적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8월 국민평형 ’50억원 시대’를 열었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9월에 40억원 거래가 신고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는 지난 8월 27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뒤 9월 들어 2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도 전용 84㎡ 아파트가 8월 20억4,000만원으로 신고가 거래된 뒤 지난달 18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일명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 시장은 더욱 빠르게 식고 있다. 최근 노·도·강 지역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를 보면 노원구는 8월 6억5,963만원에서 9월 5억9,114만원으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강북구도 6억6,627만원에서 5억8,564만원으로 떨어졌다. 도봉구는 8월 5억6,880만원에서 9월 5억7,708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가 10월 5억2,325만원으로 하락했다. 고점 대비 가격 비율은 도봉구가 82.5%로 가장 높았고 노원구 85.5%, 강북구 86.3%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금천구, 강서구, 은평구, 성북구가 90%를 넘지 못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함께 상반기 아파트값 급등세를 이끌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역시 최근 들어 분위기가 꺾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해당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직전 분기 2,247건에서 1,693건으로 감소했다. 핵심지의 가격 상승률도 둔화됐다. 전례 없는 단기 폭등을 경험한 성동구는 8월까지 0.4%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다 9월 들어 0.12%까지 하락했다. 7월 한때 0.6%대 상승 행진을 하던 송파구도 0.28%로, 강남구와 마포구도 0.2%대로 상승 폭을 줄였다.

공인중개사협회 “8월부터 서울·수도권 하락세 감지”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감지됐다. 지난 8월 정부 기관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뛰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민간 협회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이 중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4.5%, 4.4% 하락한 반면 지방은 0.7% 떨어져 수도권의 하락 폭이 전국과 지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1.27% 올라 지난 2018년 9월 이후 7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75%로 집계됐다. 이처럼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과 공인중개사협회의 집값 동향 분석 결과가 다른 것은 통계 방식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협회는 아파트 매매 가격을 지수화하지 않고 월별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가격 변화를 반영해 분석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원의 방식에 따르면 시장 분위기가 통계에 반영되는 속도가 조금 느리다”며 “공인중개사협회는 계약 체결 즉시 부동산 실거래가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시세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민간업체인 KB국민은행 집값 통계와 비교해도 한 달가량 빠르게 사장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즉 조사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인중개사협회의 조사가 시장 상황을 더 빨리 반영해 가격 동향을 미리 점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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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금리 인하 흐름·대출 규제 기조 속에 관망세 유지

공인중개사협회가 집값 하락 시점으로 꼽은 8월은 정부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놨던 시기다. 전문가들이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와 가격 상승률 둔화의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를 꼽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집값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금리 인하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고 가계 대출 증가세가 제동이 걸리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것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집값 상승이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가 서로 어느 쪽이 더 영향력이 클 것인지 시장에서 시소게임을 하는 중”이라며 “금리 인하의 경우 지난 7~8월 아파트 가격 급등기에 선반영이 많이 됐기 때문에 지금은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보이면 정부가 추가 제재도 가능한 상황이라 당분간 조정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8월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 대출이나 정책금융 등으로 확대하거나,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추가 조치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년 하반기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핀셋 규제 추가 제도화 등도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대출 규제도 함께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상승도 하락도 가파르지 않은 관망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