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늘리겠다” 상장 후 청사진 제시한 케이뱅크, 시장은 여전히 ‘불안’
"중소기업 대출도 취급할 것" 케이뱅크의 수익성 확보 계획
기업가치 고평가, 구주매출 비율 등 시장 논란에 정면 반박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시장 여론, 카카오뱅크 전례가 발목 잡아
2년 만에 코스피 상장에 재도전하는 케이뱅크가 간담회를 통해 수익성 확보 계획을 공개했다. 수년 내로 가계 중심이었던 대출 포트폴리오를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SME)까지 확대해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고평가 △과다한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 △높은 구주매출 비율 등 시장의 비판적 의견과 관련한 반박 입장도 내놨다.
케이뱅크, 기업대출 중심 성장 계획 제시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상장(IPO) 기자간담회’에서 “소매금융·중소기업·플랫폼 3대 성장 전략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와 기술 역량을 더해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PO를 목전에 두고 상장 이후 미래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원인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계 중심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확장하고, 더 나아가 중소기업(SME) 대상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아직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없다. 이와 관련해 최 행장은 “경쟁력 있는 금리와 100% 비대면 프로세스로 2025년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2026년에는 중소기업 대상 대출에 나설 것”이라며 “주요 주주인 KT와 BC카드가 보유한 다양한 역량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오는 18일 공모가 확정 후 21일부터 22일까지 일반 청약을 거쳐 30일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한 차례 IPO를 철회한 이후 2년 만에 증시에 재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 금액과 시가총액 모두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이래 최대 규모다.
시장 잡음 관련 입장 표명
이번 간담회에서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대한 반박도 내놨다. 앞서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으로 카카오뱅크,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뱅코프를 선정했다. 이후 이들 3곳의 PBR 평균치인 2.56배를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1조9,556억원)에 적용하고, 상장 후 유입될 공모자금을 더해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이에 따라 정해진 케이뱅크의 PBR은 2.56배로, 카카오뱅크(1.6배), KB금융(0.54배), 신한지주(0.51배) 등 타 은행주들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이와 관련해 최 행장은 “케이뱅크는 거버넌스 리스크에서 자유롭고, 정도 경영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며 “성장성과 수익성도 굉장히 좋은 주가 업사이드 포텐셜(상승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직의 경비 효율성도 좋아 주주환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케이뱅크 측은 상장 첫날 유통 물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시장 의견에 대한 입장도 제시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 상장 첫날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1억5,550만 주로 전체 상장 예정 주식 수(4억1,669만주)의 37%에 달한다. 이는 앞서 올해 상반기 IPO 대어로 거론됐던 시프트업(10.23%)과 HD현대마린솔루션(13.63%)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이에 케이뱅크 이준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의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이 4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물량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장민 케이뱅크 CFO는 50%에 달하는 높은 구주매출 비율과 관련해 “구주매출이 적정 수준이 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물량이 오버행이 될 수 있다”며 “적정 유통 물량이 있어야 시장에서 공정한 주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처럼 될까” 시장 우려 팽배
그러나 이 같은 입장 표명 이후에도 케이뱅크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급락 전례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어서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초특급 대어’로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뱅크의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은 총 1,667곳, 경쟁률은 1,732.83대 1에 달했다.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3만9,000원, 공모 규모는 2조5,525억원으로 확정됐다.
카카오뱅크는 일반청약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렸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182.7대 1, 청약 증거금은 역대 5위인 58조3,0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카카오뱅크의 상장 첫날인 2021년 8월 6일 시초가는 5만3,700원으로 공모가 대비 38% 뛴 수준에 형성됐다. 첫날 종가는 6만9,800원,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에 달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2주 만인 같은 해 8월 20일 9만4,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인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구속 등 내부 악재가 누적되며 주가가 미끄러진 것이다. 이날(15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2만2,600원으로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투자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차별화’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금까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가계대출·개인사업자 대출 등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지우기 위해서는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의 실질적인 ‘차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