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름 끼얹는’ 환율 인상 효과
환율 인상, 물가 이미 높고 경제 불확실할수록 “가격 더 밀어 올려”
인플레이션 변동 심한데 중앙은행 못 믿어도 ‘환율 가격 영향’ 높아
'자유 시장 경제'일수록 ‘미국 통화 정책 영향’ 더 받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환율 인상(평가 절하)이 수입품 가격 인상을 통해 국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인 ‘환율 가격 영향’(exchange rate pass-through)이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일수록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대응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못한 시장일수록 환율 인상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는 비율이 높았다. 또한 미국 통화 정책(monetary policy)으로 인한 환율 변동일수록 가격 영향이 컸는데, 자본 이동이 쉽고 변동 환율제를 운용하는 국가일수록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환율 인상, 소비자 가격·수입품 가격·인플레이션 전망 등에 영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환율 변동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급망 붕괴로 인한 비용 증가와 지정학적 갈등 및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통화 긴축으로 인한 환율 변동 속에서 물가 안정에 고심하면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얀 캐리에르-스왈로우(Yan Carrière-Swallow) 국제통화기금(IMF) 부국장, 멜리 피랏(Melih Firat) IMF 이코노미스트, 다비드 푸르세리(Davide Furceri) IMF 재정부장, 다니엘 히메네스(Daniel Jiménez) IMF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러한 영향 연구를 위해 30년 이상 축적된 46개 국가 자료를 활용해 ‘환율 가격 영향’을 소비자 물가로 환산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해당국 통화의 1% 절하는 1년 후 평균 0.16%의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시장 및 개발도상국일수록 가격 인상 효과가 커 평균 0.3%로 선진국의 0.08%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환율 인상이 수입품 가격에 주는 영향은 크고 즉각적이어서 1% 환율 인상이 한 달 이내에 0.6%의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됐고, ‘핵심 가격’(core prices,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 가격 지수)에 주는 영향은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영향의 절반 수준인 0.08%로 나타났다. 특기할 점은 환율 변동이 즉각적인 가격만이 아닌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장기간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이 영향은 7개월째에 최고점을 형성한 후 1년 후에도 0.07%p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 높고 경제 불확실할수록 환율 가격 영향↑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이러한 ‘환율 가격 영향’이 인플레이션 및 경제 불확실성 등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일수록 ‘환율 가격 영향’도 따라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대 상위 25% 이내에 해당하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비례 관계를 넘는 급격한 가격 영향을 보였다. 이미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환율 인상으로 인한 가격 인상 폭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또한 연구진은 ‘환율 가격 영향’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일수록 적정 가격(efficient pricing)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빈번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이것이 더 높은 ‘환율 가격 영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크고 중앙은행의 대처에 대한 불신이 높아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이견이 많을수록, 또 미국 달러화로 결제되는 수입품 비중이 높을수록 환율 인상이 소비자 물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 통화 정책’ 따른 환율 변동일수록 ‘자유 시장 경제’에 더 큰 영향
이밖에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은 ‘환율 가격 영향’이 환율 변동의 방향과 규모, 원인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국 통화의 평가 절상보다 절하가 인플레이션과 가격에 주는 영향이 컸다. 또한 환율 변동의 규모가 클수록 가격 영향도 컸는데 25%의 평가 절하는 0.2%의 가격 영향으로, 1%의 평가 절하는 0.16% 영향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보였다.
아울러 미국의 통화 정책에 기인한 환율 변동일수록 가격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1% 환율 변동은 1년 후 0.47%의 가격 영향으로 연결돼 평균인 0.16%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미국의 통화 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침을 증명하는데, 자본 이동이 용이하고 변동환율제를 운용하는 국가일수록 영향이 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경제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한다. 비교적 안정된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산출된 ‘환율 가격 영향’ 수치는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율 변동이 야기하는 인플레이션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으므로 중앙은행과 정부는 신속하고 적절한 통화 및 재정 정책으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원문의 저자는 얀 캐리에르-스왈로우(Yan Carrière-Swallow) 국제통화기금(IMF) 부국장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State-dependent exchange rate pass-through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