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년 1분기까지 대출 규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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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금리 인하로 가계 부채 더 증가하는 것 미연에 차단
이복현 금감원장, 국정 감사 중 대출 억제한 덕분에 금리 인하 가능했다 답변
은행권도 당분간 대출 규제 완화 계획 없어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 1~2월 중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자칫 금리 인하가 가계 대출을 다시 늘리는 효과를 낳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계획을 포함해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한시적으로만 활용하고 폐기되는 정책이 아니라, 내년에도 dSR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라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권은 금융 당국의 요청에 따라 내부 관리 목적으로 전세·정책대출을 DSR에 포함해 산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권은 그간 DSR 산정에서 제외됐던 전세·정책대출도 함께 관리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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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리 인하로 가계 부채 더 증가하는 것 미연에 차단

시장에서는 내년에 예정된 글로벌 기준 금리 인하가 집 값 상승 및 가계 부채 증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이후에도 가계 대출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DSR 규제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한 부동산 매수 심리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한 몫한다.

이어 금융당국은 국토교통부와 합의하에 정책자금인 디딤돌 대출 한도마저 줄이거나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국토교통부가 서민 안정 자금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으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책자금이라는 따가운 비난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통보되자 국민은행은 지난 14일부터 디딤돌 대출 금액을 산정할 때 소액 임차 보증금 공제를 필수로 적용하고, 후취 담보로 진행되는 신규 아파트 디딤돌 대출은 더 이상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도 오는 21일부터 정책 대출 취급을 제한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상승세를 억제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지시 사항에 맞춰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 절벽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에서도 1분기 기준 금리 인하 전후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를 살펴본 뒤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새 학기를 맞아 봄 이사철에 발생하는 대출 수요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복현 금감원장, 대출 억제한 덕분에 금리 인하 가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은행들에 개입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가계대출 추세를 꺾지 않았다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감원장의 발언으로 금리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됐다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7~8월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당시 발언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입을 세게 해서 주담대 증가 추세를 꺾지 않았다면 지금 더 상황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8월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꺾는 것은 정부 경제팀 내에서 공감대가 있었던 부분이고 우연한 기회에 제가 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당시 그 증가 추세를 꺾지 않았다면 최근 한은의 금리 인하도 있기 어려웠을 것이고 부동산 급등 추세도 (완화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이상의 이자 경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분석한 결과 25bp(0.25%포인트) 인하 한두 달 이후부터 차주들에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이상의 이자 경감효과가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받은 기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가계대출 문제가 시장에 촉발할 문제 때문에 신규 주담대 등에 대해서는 타이트하게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며 “은행들은 가산금리 등의 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어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하면 금리 인하해도 내수 진작 어려울 것 지적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이어저도 대출 규제로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지 않으면 내수 진작 효과는 낮을 것으로 내다본다. 기존에 풀린 유동성이 이미 아파트 가격 등 주요 부동산에 묶여 있어 실제로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금리는 인하되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제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부작용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화정책의 경로라면서 “올해 4분기, 내년 1분기에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정책 개입으로 통화정책의 결과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환대출 등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대출 자체를 차단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하 등을 제공해주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 금리 인하를 위해 그간 쌓아올린 정책 효과들을 많은 부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결정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