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뒤집히나” 최윤범 회장 우호 세력 트라피구라, 내달 중 고려아연 경영진과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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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거래 중개 회사 트라피구라, 최 회장 측 '백기사' 될까
기존 백기사 베인캐피탈 투자 한계 봉착, 자금 조달 통로 확보 기대
현대자동차 이탈 등 지분 리스크 일부 상쇄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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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글로벌 원자재 거래 중개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의 경영진이 다음 달 방한해 최 회장과 만난다. 최근 공개매수 경쟁을 중심으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장은 트라피구라가 사업 협력 불확실성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트라피구라 경영진, 내달 내한

18일 재계에 따르면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등은 다음 달 중순 한국을 방문,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과 회동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측은 “내달 중순 트라피구라 측의 방한 일정이 확정된 상태”라며 “(트라피구라 경영진은) 최 회장 등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 회사다. 고려아연과는 원료 구매 등 비즈니스 영역에서 오랜 시간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은 트라피구라가 최 회장 측의 새로운 ‘백기사’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라피구라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의 자사주를 2,000억원에 매입해 전략적 투자자(SI)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트라피구라 입장에서 현 경영진의 교체는 고려아연과의 사업 협력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차후 트라피구라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지분 교환, 주식 장내 매수 등을 통해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등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인캐피탈 투자 금액 ‘아슬아슬’

업계에선 트라피구라가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참여할 경우, 자금 조달 방면에서 고려아연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대표적인 백기사로 꼽히는 베인캐피탈의 투자 금액이 상한선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앞서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총 3조1,0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이 5,000원의 자기자금을 지원하고 2조1,634억원을 차입하는 구조였다. 베인캐피탈이 고려아연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약 4,296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공시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자금 지원 규모가 총 4,606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단 베인캐피탈 측의 고려아연 지분 매수 물량은 51만7,582주(지분율 2.5%)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번 공개매수 이후 베인캐피탈이 추가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을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베인캐피탈의 한국 파트너가 진행하고 있어 추가 자금을 지원해도 최대 1,000억~2,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상을 지원하면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완전히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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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여론전 우위 점할 가능성도

고려아연이 트라피구라를 백기사로 확보할 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며 지분 리스크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현재 막대한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물론, 당초 고려아연의 우호 세력으로 꼽히던 현대차까지 줄줄이 중립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경영권 분쟁에서 이탈할 경우 고려아연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트라피구라가 참전할 시 여론이 뒤집히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고려아연 지분 5.05%를 보유 중인 주요 주주로,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고려아연 이사회에 참가하고 있다.

문제는 고려아연 측이 대규모 자기주식 대항 공개매수를 결정하기 위해 이달 두 차례 개최한 이사회에 김 본부장이 불참했다는 점이다. 김 본부장은 고려아연 이사회에 합류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개최된 모든 이사회에 얼굴을 비춰왔다. 현대차 측이 중립을 지키며 우호 지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주주총회 표 대결의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지분 7.83%) 역시 중립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국민연금이 오는 23일까지 진행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본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어디까지나 ‘단순 투자’인 만큼, 국민연금이 양측의 공개매수 경쟁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단순 투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소극적인 투자 형태를 일컫는다. 국민연금이 과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공개매수에 참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