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수요 예측 부진에 또 다시 상장 연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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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수요 예측 부진에 올해 또 다시 상장 연기 결정
2022년 이어 2번째, 내년 이후 상장도 쉽지 않다는 지적
내년 상장 준비 중인 토스에도 악영향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올해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손꼽힌 케이뱅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계획을 연기한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 기준 총 공모액이 9840억원, 시가총액은 약 5조3000억원에 달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부진 영향으로 코스피 상장 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케이뱅크 측은 상장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간이 끝나기 전인 6개월 내로 공모 구조를 변경해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이 5조원에 달할뿐만 아니라 공모 규모가 크고 공모 물량 절반이 구주 매출로 이뤄져 기관 투자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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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2022년에 이어 벌써 2번째 상장 연기, 관건은 몸 값 5조

주관사단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밴드(9,500원~12,000원)보다 낮은 주당 8,500원으로 상장하는 것도 고민했으나, 결국 케이뱅크 내부 검토 끝에 없던 일이 됐다. 만약 최종 공모가를 8,500원으로 확정했다면 공모액은 7,790억원~ 9,840억원에서 5,576억원으로 줄어든다. 기업가치도 3조9,586억원~5조3,000억원에서 3조4,722억원으로 낮아진다. 일부 후기 투자자 측에서는 사실상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 가치가 되는만큼, 상장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특히 구주 매출이 공모 물량의 절반인 것도 이번 상장의 논란 거리 중 하나였다. 신주 발행을 통해 자본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꾸준히 제기됐고, 결국 투자자들이 낮은 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내부 논의가 결렬된 것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과 MBK파트너스 등은 지난 2021년 케이뱅크가 진행한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케이뱅크가 상장 결정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2년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직후 케이뱅크의 예상 몸값은 8조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을 추진할 즈음 증시가 부진하자, 케이뱅크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작년 2월 상장을 철회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에도 5조 가치를 관철시키지 못하면서 상장을 연기하게 되면 향후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등의 주요 PEF들이 요구하는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재상장 시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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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에 악영향 받은 것

케이뱅크가 상장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로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에 3만9천원에 공모가를 산청하고 한 때 9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2만원 대로 내려앉았다. 상장 당시 단순한 은행이 아니라 카카오톡 등과 연계된 플랫폼 서비스인만큼, 은행주들과 다른 수준의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상장 초기만해도 시장 가격이 빠르게 뛰면서 시장의 동의를 얻는 듯 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플랫폼 시너지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였던데다, 최근들어서는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관련한 불법행위 의혹으로 구속수사가 이뤄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BNK투자증권 김인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이 아니라) 은행이다’는 제목의 보고서로 목표가 24,000원을 제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기관들의 불만 탓에 보고서를 내렷던 김 애널리스트는 2년 후 실제로 주가가 24,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인터넷 은행의 실체를 지적한 인물로 재평가 받았다. 업계에서는 같은 사건이 케이뱅크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한다.

토스 상장에도 악영향 줄 것 전망도

금융권 전문가들은 케이뱅크가 다시 상장을 연기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의 상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토스는 20조원의 가치로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증권가를 돌고 있으나, 정확한 상장 시점을 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20조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무리한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 상장이 무사히 이뤄질경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위기였으나, 이번에 케이뱅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토스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시장의 의구심이 강한 압박으로 작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케이뱅크가 이번에 산정한 최대 5조원의 기업가치는 기존 카카오뱅크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금액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무려 7.3배를 요청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PBR 기준 불과 2.56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냉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평균적인 PBR이 시장에서 1~2배에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가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케이뱅크 측은 인터넷 은행이라는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비용이 기존 오프라인 기반 은행들보다 저렴한만큼, 순자산수익비율(ROE)가 높은 것을 전혀 인정 받지 못했다며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높은 금리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좋았으나, 내년 이후로는 금리 인하기에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감안하고, 제4인터넷 은행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더 떨어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케이뱅크가 앞으로도 5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